한국기행 여름 암자기행, 연꽃보다 스님, 스님과 함께 인과 연, 비밀의 향기, 청산에 살라 하네, 연화도에 수국이 피면, 여름 암자기행 한국기행
애니 2018. 4. 3. 10:38457편. <여름 암자기행>
방송일시: 8월 13일(월) ~ 8월 17일 (금) 오후 9시 30분
기 획 : 김 민
글, 구성 : 구 지 영
촬영, 연출 : 최 규 상
( ㈜ 프로덕션 미디어길 )
찌는 듯한 무더위,
반복되는 일상이 이어지는 여름날.
시원한 말씀 한 줄기 듣고 싶다.
심심산골에서 자연과 더불어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삶의 답을 찾아가는 스님들과
그분들의 소중한 공간
암자의 여름을 만나본다.
1부. 연꽃보다 스님
“흙탕물 속에서 피어나는 깨끗한 연꽃처럼,
우리도 맑은 본성을 찾을 수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오지로 손꼽히는 경상북도 봉화. 해발 420m의 산중에
스님 단 두 분이 지내시는 자그마한 암자, 봉화산사가 있다.
이곳에는 7년여 전부터 여름마다 연꽃향이 피어나기 시작했는데,
바로 지욱스님이 열두 다락논을 연밭으로 바꿔
손수 연꽃을 가꾸시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봉화산사에는 연꽃을 닮은 또 한 분의 스님이 계시는데,
바로 주지이신 송준스님이다.
지욱스님이 열심히 채취한 연꽃과 연잎으로
연꽃튀김, 연잎밥, 연꽃샐러드 등을 만드는 것에 도전하시는 송준스님.
하지만 공양간 살림이 영 서투르신 스님이 과연 무사히 요리를 완성할 수 있을까?
“꽃밭에 오면 전부 다 웃는 것 같아요. 꽃들이 웃어주기 때문에.”
지욱스님에게 연밭이 있다면 송준스님에게는 꽃밭이 있다.
나리, 백합, 함박꽃, 도라지 등이 심겨있는 작은 꽃밭을 일구며
스님은 어떤 깨달음을 얻으셨을까.
그리고 두 분이 함께 일군다는 ‘보물 밭’의 정체는 무엇일까.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자매처럼 지내시는 두 스님의
향기로운 산골 암자 생활을 만나본다.
2부. 스님과 함께: 인과 연
전라남도 순천 조계산 자락에 자리 잡은 천년고찰 송광사.
이곳의 암자, 탑전에는 특별한 수행자가 있다!
보경스님의 처소를 안방처럼 누비고, 사람보다 더 열심히 자기 관리를 하는 수행자는
다름 아닌 고양이 ‘냥이’!
“한 존재가 행복할 수 있도록 내가 뭔가를 해줄 수 있다는 것.
그런 것이 저에게도 아주 큰 행복이던데요?”
매일 냥이의 밥과 물을 챙겨주는 건 물론이요,
깨끗하게 털을 빗겨주는 것이 가장 큰 일과라고 할 만큼
냥이를 아끼시는 스님.
하지만 냥이가 철없이 담을 타고 넘으며
아슬아슬한 곡예를 할 때는 스님의 가슴이 철렁한다.
“냥이에 대해 한마디로 말하자면…. ‘성가시다.’
그리고 그런 사랑인 거예요.”
누군가는 스님이 인연에 너무 연연하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정에 꺼둘리는 것을 걱정하기보다는
있을 때 잘해주지 못하는 것을 걱정해야 한다는 게 스님의 생각이다.
탑전에서부터 이어진 오솔길, ‘무소유 길’을 걸으면
법정스님께서 생전에 머무셨던 불일암에 가닿는다.
이곳에는 보경스님의 또 다른 인연이 있으니,
오랜 도반이자 법정스님의 맏상좌이신 덕조스님이다.
덕조스님은 유례없는 폭염에도 낡은 털신을 신고 천을 덧댄 옷을 입으시며
법정스님의 무소유 정신을 그대로 이어가고 계신다.
오랜만에 찾아온 도반, 보경스님에게
‘불일암 국수’를 대접하시는 덕조스님.
요리가 완성되는 동안 행자 시절 두 분의 추억담으로
암자에는 활기가 돈다.
탑전에서 불일암으로 이어지는 송광사의 ‘인연’ 이야기를 들어본다.
3부. 비밀의 향기
산이 온통 돌로 뒤덮여 있는 탓에
비가 오면 ‘마치 악기 비파와 같은 소리가 난다’ 는 뜻에서
이름 붙여졌다는 대구의 비슬산(해발 1,084m)
이곳에서 피어오르는 비밀스러운 향을 따라가면
초대형 불상과 200여 년 된 흙집을 품고 있는 성도암이 나타난다.
“더럽혀진 향도 불만 붙이면 언제든 향 내음이 납니다.
그렇게 살아가고자 하는 것이 향도(香道)죠.”
성도암에는 20여 년째 다양한 한약재를 이용해
자신만의 방식대로 천연 향(香)을 만드는 성종스님이 머물고 계신다.
세상이 더 향기로워지기를 바라는 마음에
찾아오는 사람 누구에게나 아무런 대가 없이 향 만드는 법을 알려주신다는 스님.
그런데 7백여 년 된 귀하디귀한 재료로 만든
향을 선물 받을 분은 과연 누구일까?
“집에 뭔 뜻이 있겠습니까. 비나 안 맞으면 되죠.”
오래된 흙집을 계속 보수하며 살아가시는 성종스님.
집이 더는 수단이 아닌 목적이 돼버린 요즘,
스님에게 집이란 어떤 의미일까.
그리고 갓 뜯은 치커리꽃과 명월초, 엉겅취 고추장 등을 이용해 만든
스님만의 진수성찬은 어떤 모습일까.
비슬산의 신비로운 향기를 따라가 본다.
4부. 청산에 살라 하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 하네”
- 청산가 中 / 나옹선사 (1320∼1376)
고려 말의 고승, 나옹선사가 창건한 절이자 <청산가>가 지어진 곳.
바로 충청북도 단양 황정산(959m)의 원통암이다.
“여기가 바로 극락세계지.”
산 입구에서부터 가파른 길 1km를 꼬박 걸어야 도착하는
숨겨진 암자, 원통암.
아직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이곳에서
각문스님은 태양광 발전기로 전기를 일으켜 쓰고
천년 된 바위에서 나오는 물을 식수로 쓰는 등
문명과는 다소 떨어진 불편한 생활을 하신다.
하지만 스님에게 원통암은 둘도 없는 극락이란다.
원통암에서 스님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바로 나옹선사 토굴.
그곳에서 나옹선사를 생각하며 청산가를 읊조리기도 한다.
때때로 그의 벗이자 ‘황정산 도인’이라 불리는 정처사가 찾아오면
함께 계곡에서 더위를 식히거나,
백 년 된 자두나무 아래서 공양을 하고
저녁엔 달을 바라보며 기도를 하는 것도
스님만의 즐거운 일상.
혼자라도 괜찮지만 함께해서 더 즐거운 원통암의 여름나기를 만나본다.
5부. 연화도에 수국이 피면
통영여객터미널에서 배로 약 한 시간 거리.
인구가 170여 명밖에 되지 않는다는 작은 섬이 있는데,
모양이 연꽃을 닮았다고 해서 ‘연화도’로 이름 붙여진
이곳은 여름마다 수국 천지로 변한다.
수국 길을 가꾸는 이들은 연화도의 유일한 절,
연화사의 스님들과 불자들.
육지에 살지만 연화도가 좋아 이곳에 살다시피 한다는 박광경 보살에게
이곳은 섬 전체가 마음의 암자나 다름없다.
“주지스님이라고 좋은 거 하시고!”
“일 잘하는 사람이 좋은 거 가지고 해야지!”
가위 하나로 주지스님과 박광경 보살은 오늘도 티격태격,
하지만 오랜 시간, 스님 시봉을 하며 박 보살도 많은 것을 배웠다.
“와서 보셔야 알지,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곳이에요.”
평생 연화도에 살았으면서도
비경을 볼 때마다 감탄한다는 토박이, 탁성수 이장.
그와 함께 배를 타고 용머리바위와 촛대바위, 거북바위 등
해안의 기암괴석을 둘러보며 여름날의 무더위를 식혀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