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관 라오스 줄거리 결말, 감독 임정환, 출연 조현철 정혁기 임철 임정환 김상범 이유진, 김준겸, 정양지, 영화제 수상 상영내역 누적관객수 라오스 독립영화관
애니 2018. 4. 10. 06:45< 라오스 >
▒ 방영작품 정보
- 감독/각본/프로듀서/편집 : 임정환
- 출연 : 조현철, 정혁기, 임철, 임정환, 김상범, 이유진, 김준겸, 정양지
- 촬영 : 김상범
- 사운드 : 임철
- 현장도움 : 고형동, 김준겸
- 장르키워드 : 드라마/로드
- 제작 : 임정환, 임민지
- 제작년도 : 2013
▒ < 라오스 >의 줄거리
영화학도인 원식과 현철은 마침내 졸업영화를 엎어버리기로 결정했다.
그들은 영화 찍으려던 돈을 들고 라오스로 날아간다.
한때 그들과 함께 영화를 공부했던 정환이, 그들을 맞이한다.
셋은 라오스에서 종합비타민을 팔아 돈을 벌고,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에서 끝내주는 장편시나리오를 완성해 고국으로 돌아가자 말한다.
그렇게 셋의 동업이 시작된다.
그러나 머지않아 정체불명의 택시기사와 북한사람이 일에 끼어든다.
이들의 이야기는 산으로 향해간다.
▒ < 라오스 > Director's statement
우리에게도 아주 좋았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혼자 살아가야 한다.
▒ < 라오스 > 인디포럼 프로그램 노트 (글 : 남다은 영화평론가)
현철과 원식은 공동연출로 졸업영화를 만들고 있다. 그러나 사사로운 의견대립으로 원식은 휴학을 하고 영화는 엎어진다. 무력하게 시간을 죽이던 현철 앞에 원식이 다시 나타나서 느닷없이 태국행을 제안한다. 이들의 친구 정환이 그곳에서 종합비타민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데, 거기 동참하면 목돈을 벌 수 있다는 것. 현철은 동의하지 않지만, 다음 장면에서 이들은 태국에 와 있다. 보는 이의 입장에서는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태국까지 온 걸까, 의아해지고 마는데, 이후 영화의 전개는 더욱 황당하기 짝이 없다. 그저 이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카메라 앞에서 둘은 말꼬리를 물고 늘어지거나 의미 없는 대화만을 이어간다. 농담인지, 진담인지, 조롱인지, 유머인지 알 수 없는 대화의 파편들, 요상한 행동들이 나열되는데, 신기한 것은 그 와중에도 이들의 행로는 이동되고, 이야기는 어찌되었든 앞으로 나아간다는 점이다. 마침내 타지에서 이들은 정환과 만나고, 이야기의 방향은 더 막무가내로 펼쳐진다. 태국을 떠난 이들이 도착한 곳은 라오스의 게스트하우스이며, 그곳의 주인은 놀랍게도 북한 남자이고, 원식은 더 놀랍게도 북한과 라오스를 종종 헷갈려 한다. 현철과 원식이 영화제작을 위해 모아둔 돈이 정환에게 건네지던 밤, 우리는 원식이 말하던 그 비타민의 정체를 보게 된다. 그야말로 환각의 밤. 그 밤의 적나라함에 다소 당황하며 우리는 여전히 궁금하고 위태로운 마음으로 묻게 된다. 대체 이 영화는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는 걸까.
그렇게 영화의 절반이 지나면, 정환은 돈을 가지고 튀고, 원식도 몰래 사라지고, 현철만이 빈털터리로 덩그러니 남는다. 게스트하우스의 선한 북한 남자는 현철을 쫓아내지 않고 일거리를 주며, 이제 둘은 종종 카드놀이도 하고 남한과 북한에 대한 각자의 편견을 서슴지 않고 나누는 사이가 된다. 금기를 툭툭 치는 그 대화는 종종 위험한 것 같지만 통렬하고, 서로에 대한 편견을 종종 드러내면서도 신기하게도 적대적이지 않다. 제3국에서 만난 둘은 이데올로기를 말하면서도 거기 기대지 않고 차라리 그걸 놀이로 만든다. 현철이 원식과 정환과 상범에게 가지던 의심과 반감에 비교하자면 평온하고 애틋하기까지 하다. 이상한 장면들로 가득한 이 영화에서도 도망간 원식이 부처상 앞에 갑자기 유령처럼 출몰해 현철과 마주보는 장면의 기묘함은 언어로 풀고 싶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지금 우리는 원식의 환영을 보고 있는 것인가. 그는 왜 나타난 것인가. 원식은 영화의 초반부터 사라지기 전까지 현철을 유혹하고 궁지에 빠뜨리는 목에 걸린 가시이자, 돈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고, 북한을 무서워하고, 배신도 곧잘 하는 약삭빠른 존재처럼 보였다. 그는 말하자면, 처음부터 실체로서의 인물이 아니라 현철의 또 다른 자아, 환영처럼 현철을 따라다니는 억압된 무의식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현철은 영화의 말미에 마침내 그로부터 해방된 것이 아닐까, 라고 묻고 싶지만...이런 해석이야말로 이 정체불명의 영화를 경직되게 의미화하려는 헛소리가 되고 말 것이다.
<라오스>는 장난처럼 시작했으나, 길이 막힌 곳에서 다시 시작하길 반복하며 자신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위태롭게 시험해보다가 어느덧 자신의 자리를 찾는 영화 같다. 음침하고 용감하며, 아슬아슬하고 유쾌하며, 찝찝하나 해방감이 있다. 지나치게 획일적이거나 지나치게 세상과 관객을 의식하는 영화들의 흐름에 이 영화는 놀라울 만큼 무심한, 천연덕스러운 놀이다. 그리하여 이렇게도 한 편의 영화는 만들어진다.
▒ < 라오스 > 영화에 관해 궁금한 것들
Q. 2013년도 제작 영화로 알고 있습니다. <라오스>가 감독님에게 어떤 의미의 영화인가요?
A. (이하 임정환 감독) 학교 재학 시절(영화과)엔 남들이 이뤄놓은 좋은 결과물을 흉내 내기 바빴습니다. 무엇이 되어도 좋으니, 그리 멋있는 영화가 아니어도 좋으니, 제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 찾아보자는 다짐으로부터 시작했습니다.
Q. 학교 졸업 작품으로 단편영화를 만들다가 긴 장편의 영화가 나온 걸로 알고 있습니다.
A. 이미 단편이 되기엔 선을 넘었으나, 최종분량이 70분 남짓으로 무척 애매했습니다. 80분을 만들기 위해 라오스에 다시 가야 하나, 한국에서 뭘 좀더 찍어야 하나 고민했습니다. 결국 '하고 싶은 것'을 다 했다면 여기서 멈춰야 한다는 저만의 핑계를 갖다 붙이며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Q. <라오스>를 제목을 한 이유는?
A. 촬영지가 미국 혹은 일본이었다면, 영화의 제목이 <미국>이나 <일본>이 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지금에 와서 같은 영화를 만들었다면, 역시 <라오스>라는 제목을 붙이지 않았을 것이고요. 불과 5-6년 전에만 해도, 라오스는 지금처럼 대중적인 관광지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엔 그 의문의 나라이름이 가져다주는 미스터리함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Q. ‘라오스’를 촬영하면서 어려운 것들은 없었는지요?
A. 촬영 당시에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촬영할 분량과 장소, 쇼트 등의 목표를 미리 다 정해놓았다면 어려움이 따랐을 것입니다. 해외라는 환경과 배낭여행의 컨셉에서 오는 변화무쌍함을 자연히 받아들이기로 다짐했기에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친한 친구들과의 관계로부터 오는 유연함이 어려움을 덜어준 부분도 있고요.
Q. 함께 한 배우들이 스텝으로, 스텝이 배우로 영화에 많은 부분을 관여했습니다.
A. 예산과 스케줄의 문제로 많은 인원이 함께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자연히 함께 영화를 공부했던 친한 친구들부터 둘러보게 되었고, 그들 중 (연기력은 안중에 없고) 연기를 부탁해도 망설임 없이 몸을 던질(?)만한 친구들을 설득해 떠났습니다.
현지 도로사정으로 인한 차멀미를 제외하곤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영화의 주요 공간이 되는 게스트하우스의 경우, 비수기여서인지 저희 팀을 제외하곤 손님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본의 아니게 자유로운 촬영을 하는 것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Q. 친구들이라하면 역시 영화인들입니다. 친구들의 자랑을 좀 해주신다면.(정혁기, 조현철, 임철, 김상범)
A. 극중 마약을 테스트하는 장면에서처럼, 혹은 북한사람과의 대화에서 나오는 농담들처럼, 각자의 또라이 기운(?)을 드러내길 주저하지 않는 친구들입니다. 그들이 자랑스럽습니다.
Q. 현지의 어떤 상황들이 이야기에 영향을 미쳤나요?
A. 팀원들의 경우, 라오스라는 나라 자체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보니 자연스레 터져 나오는 편견들이 이 영화를 이끌어가게 했습니다. 이를테면, 사회주의 국가에 가면 잡혀가는가? 북한사람도 만날 수 있는가? 따위의 유치한 농담들입니다. 그 수다스러움을 영화 안에 그대로 끌어왔습니다.
Q. <라오스>도 혹시 실제의 경험담이 영화 속에 담기기도 했는지요?
A. 영화 촬영 1년 전에 떠났던 (라오스를 포함한) 동남아 배낭여행이 영향을 주긴 했습니다. 처음엔 메콩강의 아름다운 풍경을 영화로 담고 싶어 떠난 것이니까요. 그러나 앞선 답변에서처럼, 실제로 겪은 ‘사건’보다 실제로 나눈 ‘농담’을 영화 안에 펼쳐 보이려 했습니다. 저의 경험이 도움이 됐다기보다, 함께 간 친구들과의 격 없는 관계가 영화를 완성하게 했습니다.
Q.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대사와 연기의 합이 좋습니다.
A. 대사를 꼼꼼히 쓰지 않고, 나아가야 할 방향 정도만을 제시했습니다. 어떤 내용으로부터 시작하여 어디쯤 가서 끝내자, 정도의 추상적인 주문이었습니다. 엄청난 양의 애드리브 속에서 그나마 관객들이 보기에 이해 가능할 만한 것들을 골라내려 했습니다.
Q. 촬영을 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어떤 식으로 편집했는지 궁금합니다.
A. 차마 영화 속에 등장시키지 못한 촬영 분량들이 있습니다. 그 장면들의 내용은 저희만의 이해 못할 농담들이 넘쳐흐릅니다. 영화를 보는 분들이 친한 친구들의 무리 속에 나 홀로 외롭게 서있는 기분을 느끼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영화 속의 우리들은 웃고 떠드는데, 지켜보는 관객들은 혼란 속에 멍하니 있게 된다면 실패한 코미디일 것입니다. 가려내기 위해 노력했고, 그것이 후반작업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습니다.
Q. 임철 감독은 영화 속에서 진짜 북한 사람이 아닌가 착각할 정도의 연기를 펼칩니다. 어떻게 북한 사람의 등장을 생각하게 되었나요?
A. 사회주의 국가에 가면 북한사람을 만날 수 있는가? 라는 (원식 역의 정혁기 배우의) 말도 안 되는 농담으로부터 출발했습니다. 우리 중 누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그때까지 아직 한 컷도 얼굴을 비추지 않았던 임철 배우가 졸지에 당첨되었습니다. (*임철: <폭력의 틈><슈우웅>을 연출한 감독이다. 이 영화에서 원래 ‘사운드’를 담당했다.)
Q. 영화 초반에도 ‘절’이 촬영 장소로 등장하고, 라오스에 가서도 원식은 ‘유명한 절’을 찾아갑니다. ‘절’은 어떤 의미가 있는 건지?
A. 배낭여행을 하던 때에 가장 인상 깊었던 장소가 메콩강변의 절입니다. 한 두 곳이 아니고, 현지에선 무척이나 흔한 공간이지만, 여행자인 저에겐 특별한 인상으로 다가온 곳입니다. 그곳에서 영화를 촬영하고 싶다는 막연한 꿈으로부터 출발했습니다.
영화의 초반에 등장하는 한강수상법당은 재미있게도 우연의 장소입니다. 한강에 오프닝을 촬영하기 위해 나갔는데, 절이 있더군요. (아무것도 모르고 뚝섬에 나갔다가, 정말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저희끼리 “이건 운명이야!”를 외치며, 한강의 절에서 시작하여 메콩강의 절에서 마무리하자, 라는 대책 없는 다짐을 세웠습니다. 당시엔 기약 없는 이 이야기를 ‘절’ 덕에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유 모를 자신감도 얻었습니다.
Q.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현철’ 혼자인 이유는?
A. 이제 그만 혼자 있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Q. <라오스>를 제작하는 동안 영향 받은 것들이 있다면?
A. 학교 재학 시절 영화과를 다니면서 스스로 매여 있던, ‘남의 것’을 따라 하고픈 마음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시도한 프로젝트입니다. 어떤 영화에도 영향 받지 않기 위해 시작하였으나, 그것이 결국 모든 것들로부터 영향 받았다는 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Q. <라오스>이후의 제작한 영화 <국경의 왕> 역시 해외 로케이션이었습니다. <국경의 왕>은 개봉 예정이라고 하던데?
A. 김새벽 배우가 출연하고 <라오스>의 멤버 조현철, 정혁기, 임철, 이유진 등 친구들과 함께 폴란드, 우크라이나에서 촬영했습니다. 돌아오는 겨울 개봉을 목표로 마무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계획대로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Q. <국경의 왕> 이후 또 어떤 작품을 계획하고 계신가요?
A. 조현철, 정혁기 두 배우가 오데사 포템킨 계단에서 유모차 시합을 벌이는 영화, 임철 배우가 골든 트라이앵글 일대에서 ‘수나라 황제’라는 마약조직을 운영하는 영화, 조현철 배우가 유카탄에서 백악기 대멸종의 증거를 발견하는 영화 등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을 쓰다 보니 갑자기 땀이 납니다. 제 입으로 감히 ‘계획하고 있다’는 말씀까지는 못 드리겠습니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영화를 보고, 틈만 나면 어디론가 떠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영감을 얻기 위해 무엇을 하기보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 즐거운 일들을 찾기 위해 노력하려 합니다.
지금의 저에겐 좋은 친구들과 카메라를 들고 떠나는 일이 가장 즐겁습니다. (이 대목을 정혁기, 조현철 배우가 꼭 봐야 하는데…)
Q. 마지막으로 독립영화관 시청자 분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A.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이라고 생각하며 썼습니다.
독립영화를 사랑해주시는 시청자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KBS독립영화관은 물론, 각 지역의 독립영화상영관들에서도 많은 지지와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저 역시 미약하나마, ‘좋은 영화’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좋은 영화인’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 라오스 > 영화제 수상 및 상영내역
제17회 부산독립영화제 지역독립영화 (2015)
제20회 인디포럼 20주년특별전 (2015)
제19회 인디포럼 신작전 장편 (2014)
제17회 대전독립영화제 최우수작품상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