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행 소읍기행 2, 고소한 사랑방, 옥정호 연가, 화양리를 아십니까, 시장가는 길, 창평에 놀다, 소읍기행 한국기행
한국기행 2018년 10월 22일(월) ~ 10월 26일(금) 방송
아직 가보지 않은 작고 아름다운 마을 ‘소읍(小邑)’
우리의 발걸음이 소읍으로 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마을 어머님들의 사랑방 제유소와 미용실,
수몰된 아픔이 담긴 내륙의 섬마을,
옛 모습 그대로 할머니들의 장터,
옛집과 흙길이 정겨운 소읍으로 떠나보자.
1부. 고소한 사랑방
“모든 것을 참깨 가지고 다 했어요.”
경북에서도 최북단, 낙동강과 내성천이 흐르는 곳
물맛이 단술과 같이 좋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 ‘예천(醴泉)’
예로부터 토질과 기후 조건이 잘 맞아 깨 농사를 많이 지어왔다.
이곳에서 나고 자란 이외숙씨는 참깨 하나로 자식들을 다 키워냈다.
오늘은 어머니와 함께 깨 터는 날!
“참기름 냄새가 냄새 중에서는 최고 일등이에요.”
참깨 터는 계절이 돌아오면 예천 사람들의 발걸음은 용궁읍 제유소로 향한다.
자식 생각하는 마음으로 수확한 깨는 마을 사람들의 보물.
40년 가까이 옛 방식 그대로 기름을 짜는 임숙자 씨 부부와 막내아들 성일 씨.
남들보다 두 배는 더 걸리지만 그 맛을 고집해왔다.
점심 먹을 시간도 없이 깨를 볶느라 정신없는 가족들을 대신하여
손님들이 두 팔 걷고 비빔밥 만들기에 나섰다.
흰 쌀밥에 겉절이, 뜨끈한 된장 국물, 고소한 참기름, 어머님들의 손맛까지!
이곳이야말로 어딘가를 떠나 돌아가고 싶은 그리운 풍경이 아닐까
2부. 옥정호 연가
전북 임실군 운암면 육지 속의 섬, ‘옥정호(玉井湖)’
옥빛 호수는 고향이 수몰된 슬픔을 지니고 있다.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국사봉 꼭대기,
세상과 동떨어진 마을에 마지막 남은 주민 송순문, 신이순 부부를 만난다.
50년 넘게 고향을 지켜 온 동갑네기 부부는 함께일 때 더 즐겁다!
“둘이 있으니까 오순도순 말도 하고,
하나만 없어도 복잡혀~ 참말로!”
감 장아찌를 만들 때도,
땔감으로 불을 때고,
가마솥 누룽지를 만들 때도,
시종일관 부부의 곁을 지키는 아이들이 있으니,
세 마리의 강아지와 한 마리의 고양이다.
모양새와 우는 소리는 달라도
이곳에서는 누구나 친구가 된다.
“끝까지 마무리 잘 해서 살려니까,
걱정 말고 잘 살드라고~”
오늘은 나룻배 타고 건너 마을 형님 만나러 가는 날!
신이순 할머니는 밥도 해 놓았겠다,
걱정 없이 저녁까지 놀 궁리를 한다.
말은 그렇게 해도 깨를 팔고 받은 돈으로
할아버지 용돈 두둑하게 챙겨주고,
시장가서 맛난 것도 사주려는 할머니.
서로 위하는 마음을 하늘에서도 알아본 것일까, 무지개가 폈다.
옥정호에서 부부의 연(戀)을 들여다본다.
3부. 화양리를 아십니까
“저는 재주꾼이 아니고요, 날라리예요.”
여수 화양면의 자칭 날라리, 박정옥 씨는 널배 초보자다.
잘 타는 다른 어머니들에 비해 조금 서투른 것이 내심 신경 쓰이는데
그런 정옥 씨가 찾아간 곳은 널배 타기의 달인 순심 할머니.
무릎 보호대 단단히 고정하고, 옆구리에 널배 끼워주면 준비 끝!
보기만 해도 두근거리는 바다로 다시 향하는데...
정옥 씨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전어는 이렇게 뜨거울 때 먹어야 돼!
꼭꼭 씹어봐. 꼬신 맛이 나~”
찬바람이 불어오면, 화양리 사람들의 입안이 풍성해진다.
가마솥 가득 꼬막을 삶고, 뜨거운 불에 전어를 굽는다.
전어의 머리는 씹으면 씹을수록 쌉싸름하면서 고소한 맛이 일품!
그 맛에 담긴 화양리 마을 사람들의 추억은 어떤 것일까?
4부. 시장가는 길
광주 도심 한 가운데
옛 시골장터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곳 ‘말바우 시장’
이곳에는 할머니들이 직접 키운 채소들을 파는
골목길 장터가 있다.
담양, 화순, 순창, 멀리는 곡성에서부터 할머니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여기 나오면
돈 벌어서 좋고, 사람 구경해서 좋고.”
순창에서 30년 넘게 밤을 주워 장에 가는 조미례 할머니는
새벽부터 싸둔 짐을 부지런히 옮긴다.
좁은 골목길 장터의 특성상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면 빨리 가야 한다.
자리 피고, 돈 보따리 허리춤에 차면, 장사꾼으로 변신~
하지만 왠지 파는 것보다 덤으로 주는 게 더 많다.
“시골에서 장짐 해서 오면 만나는 게
마을 사람들보다 더 잘 만나지더라고~”
창평댁 김점순 할머니, 담양댁 최복례 할머니는 오늘도 시끌벅적!
복례 할머니가 데리고 온 닭들 덕에 시끄러움은 배가 된다.
마을 사람보다 장터 사람들을 더 자주 본다는 이들의
정겨운 소리를 따라가 보자.
5부. 창평에 놀다
“만점 어머님이에요. 저는 만점 며느리고.”
창평 삼지내마을은 오랜 돌담길과 기와집의 멋을 간직하고 있다.
건강 때문에 24년 째 이 마을에서 생활하고 있는
약초박사 최금옥 씨 부부.
최근에는 아들 부부가 비법을 전수 받으러 들어왔다.
손자들 데리고 유치원 가는 길은 수로(水路)로 이어져 있어
아침마다 소풍을 떠나는 기분이다.
비가 오는 날에도 개구리 친구, 물고기 친구를 만날 수 있어서
더욱 즐거운 아이들!
뒷 다리가 쑤욱~ 앞 다리가 쑤욱~ 팔짝팔짝 개구리 됐네~
아이들의 노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본다.
아이들 유치원 마치는 시간에 맞추어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하는 일은
마당의 방아꽃부터 청자소, 적자소 등을 따서 튀긴다?!
기름에 튀긴 것은 무엇이든 맛있겠지만 꽃튀김은 더욱 그러하다.
바삭바삭한 식감과 향긋한 꽃내음이 일품!
“마을은 작아도
이 집 가서 먹고 그러는 재미로 살아요.”
콩 한 쪽도 나누어 먹는다는 삼지내마을 삼총사,
박옥순, 김순기, 송정순 할머니.
모닥불을 피워 콩을 굽고, 불이 아까워 고기까지 굽는다.
서로가 서로에게 언니가 되고, 엄마가 되고, 딸이 되는 아낙네들에게
마을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