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관 고란살 줄거리 결말, 출연 이유영 원태희 최영순, 감독 서정신우 인터뷰, 고란살 독립영화관 궁금한 단편들 두 번째, 2018년 7월 17일 방송
애니 2016. 1. 11. 16:52< 궁금한 단편들 두 번째 >
▒ 방영작품 정보
◎ 1. < 고란살 >
- 제작 : 서정신우, 이민준, 원태희
- 감독/시나리오 : 서정신우
- 출연 : 이유영, 원태희, 최영순
- 촬영 : 서민수, 김형진
- 조명 : 김욱
- 편집 : 박성원
- 장르키워드 : 드라마
- 제작지원 : Btv UHD영화제작소
- 제작년도 : 2015
◎ <고란살> 줄거리 : 정원은 자신에게 얹혀사는 백수 오빠 태원 때문에 힘들다. 그녀는 대만 여행을 앞두고 태원의 사주를 보러 간다. 명리학자는 태원에게 외로움이 가득한 ‘고란살 ’이 있다고 말한다.
◎ <고란살> 연출노트 : 함께 할 수도 없고 멀어질 수도 없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 <고란살> 영화제 수상 및 상영 내역
제16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 심사위원특별상 (2015)
제11 회 인천여성영화제 상영 (2015)
제16회 대구단편영화제 국내경쟁 (2015)
제13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국내경쟁 (2015)
제11회 제주영화제 본선작 (2015)
제41회 서울독립영화제 새로운선택 (2015)
◎ <고란살>서정신우 감독 필모그래피
2009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입학
2010 <나쁜 계절> HD | color | 10min
2013 <우주로 내 이름을> HD | color | 28min
2015 <고란살> HD | color | 18min
2017 <대구에서> HD | color | 40min
▒ <고란살> 제41회 서울독립영화제 프로그램 노트 (글: 김송요)
집에서 나오지 않는 오빠, 태원에게 ‘고란살’이 있다고 한다. 외로움을 타고났다고 한다. 바깥을 떠도는 숙명이라고 한다. 오빠의 사주를 보러 간 정원은 들은 이야기를 오빠에게 전하지만 오빠는 말이 없다. 화도 내고 달래기도 해보지만 묵묵부답이다. 그때 오빠가 무심하고도 얄미운 얼굴로 한마디 말을 한다. <고란살>은 떠나고 남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정원이 그리고 또, 태원이 그렇듯이. 둘은 버스정류장에서, 터널에서 또 육교에서 어딘가로 떠나는 차를 본다. 표지판이나 버스 노선을 보지는 않는다. 차들의 목적지보다는, 차들이 어딘가로 떠나버리는 것만을 본다. 한편으로 <고란살>은 삶에 대한 이야기다. 떠나고 남는 것을 셀 수 없을 만큼 반복하는 삶. ‘고란살’이라는 것 자체가 삶의 은유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여기 있기도 어렵고 딱히 갈 데도 없지만, 그래도 움직여야’만 하는 것. 꼭 생년월일시에 팔자가 새겨져 있어야만 외로움을 타고날까. 외로움은 누구에게나 얄궂고, ‘혼자 달빛을 맞아야 하는’ 밤은 준비할 틈 없이 오곤 하는데. 동시에 <고란살>은 아주 구체적인 남매의 이야기를 놓치지 않는다. 태원과 정원이 겪은 것과 그것들을 겪은 후 마주한 지금을 몇 개의 편린을 통해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보편적인 이야기와 사적이고 내밀한 이야기는 아주 일상적인 시퀀스와 비현실적인 시퀀스를 징검다리 삼아-결코 둘씩 짝지어진 채 고정되지 않고- 오간다. 말하자면 <고란살>은, 영화만이 가능한 형태로 삶을 묘사하는 영화다. 점집부터 대만의 길거리까지 꿰어내는 음악, 심드렁하다고 잘라 말하기엔 다정한 구석이 있는 카메라의 시선, 점프컷과 반대라고 할지 도리어 이웃이라고 할지, 인물의 동작이 이어지면서 배경이 전환되는 몇몇 장면들의 기꺼운 돌출이 재미있다. (김송요/서울독립영화제2015 홍보팀장)
▒ <고란살> 제16회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램 노트 (글: 송효정)
사기를 당한 후 폐인이 된 오빠는 여동생 정원의 집에 얹혀산다. 내일 먼 길을 떠날 정원은 홀로 남을 오빠를 위해 점집을 찾는다. 점쟁이는 오빠에게 고란살이 있어 그가 늘 홀로 떠돌 운명이라는 말을 전한다. 여동생은 이 말이 어쩐지 자신의 운명에 대한 예언인 것만 같다. 그날 밤 정원과 다툰 오빠는 그녀가 싸둔 여행짐을 들고 훌쩍 떠나버린다.
<고란살>은 쓸쓸히 떠도는 이 시대 길 위의 군상들에게 보내는 소소한 헌사다. 암시와 서사적 반전까지 마련한 잘 짜인 구성이 인상적이다. 고란살이란 본시 고독한 난(鸞) 새의 액운을 타고났다는 의미다. 쓸쓸한 운명이라는 거다. 먼길을 혼자 걸어간다는 거다. 인간도 근원적으로는 외롭고 높고 쓸쓸하다. 타인의 불행이 나의 불행과 무관치 않고 나 역시 그들과 같은 길 위에 있다. 그렇기에 영화는 눈물 젖은 한 그릇 따뜻한 밥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긴다. 이 영화는 결단이 필요한 인생의 절박한 한 순간에 주목한다. 하지만 이 특별한 순간이 우리 시대 청춘들이 직면한 보편적인 상황이라는 점에 이 영화의 진정한 울림이 있다. (송효정 평론가 전주국제영화제2015)
▒ <고란살> 영화에 관해 궁금한 것들
- 서정신우 감독의 서면 인터뷰
Q.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을 하였는데, 어떻게 이야기를 구상하게 되었나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요?
A. (이하 서정신우 감독) <고란살>의 주연 중 한분이신 원태희 배우와 조감독을 맡아주신 이민준 감독이 함께 해외를 배경으로 하는 단편영화 세 편을 각각 연출하고 이를 묶어 옴니버스 장편 영화로 만들자고 의기투합을 했습니다. 원태희 감독의 <Cinema>, 이민준 감독의 <데뷔탕트>, 저의 <고란살>을 묶어 <다른 세상에서>라는 옴니버스 장편으로 만들었습니다.
영화를 준비하던 중 원태희 배우의 동생이 원태희 배우의 사주를 보고 오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동생이 오빠를 위해 사주를 보았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의 외할머니가, 그리고 어머니가 저를 위해 사주를 보러 다니시곤 했던 기억이 났습니다. 누군가를 돌보는 사람의 마음은 무엇일까, 인생 처음으로 진지하게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운명을 궁금해하기보다 남의 미래에 대해 걱정하고 알고자 하는 마음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런 마음을 기반으로 한 관계는 어떠한 것일까 생각하고 시작한 것이 <고란살>입니다.
Q. 영화의 제목은 어떻게 결정하게 되었나요? 처음부터 제목이 '고란살'이었다고.
A. 저의 경우, 제목이 쉽게 지어지면 시나리오 작업이 원활하게 되는 편입니다. <고란살>도 비교적 쉽게 제목을 만날 수 있었고, 이후에도 변동은 없었습니다. 사주에 대해 문외한이었기 때문에 영화를 위해 조금씩 공부하다가 ‘고란살’이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습니다. 여성의 외로운 삶을 밤에 홀로 우는 새에 비유한 단어입니다. 남자의 경우는 ‘고신살’ 이라고 합니다. 어디든 날아갈 수 있는 새이지만 외롭다는 이미지가 마음에 와 닿았고, 사주에 대한 이야기임을 알 수 있는 사주 용어이며, 영화가 결국 태원의 삶 뿐 아니라 정원의 삶의 외로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고란살’ 이 가장 적절한 제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Q. 영화에서 '고란살'은 어떤 뜻을 의미하는 걸까요? 감독님이 생각하는 '고란살'이란?
A. 영화에서 고란살은 어떤 필연적 운명을 가리킨다기보다, 함께 할 수 없는 사람들의 외로운 마음에 가깝습니다. 태원과 정원도 분명 서로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있으나, 남매의 관계에서는 현실적인 괴로움과 원망 역시 존재합니다. 완전히 버릴 수도 없지만 함께 하기도 어려운 수많은 관계들이 있고, 그 사이에 외로움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촬영하며, 비록 고란살이 있더라도 삶은 계속되고 쓸쓸할지라도 정원과 태원에게 자유가 주어졌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고란살이란 그런 것입니다.
Q. '고란살'에 대해 조사하면서 있었던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또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
A. 영화를 위해 사주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하니, 친구가 자기 사주를 봐 달라고 하더라구요. 친구는 살면서 겪게 될 외로움에 대해 걱정했는데, 그 친구에게 이 영화가 하나의 대답이 되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순간 영화의 전체적인 톤이 결정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사주 공부가 많이 부족해서 결국 사주는 봐 주지 못했고 영화를 만들어 보여주었습니다.
또 하나 생각나는 일화는 영화에 명리학자로 등장하는 최영순 선생님과 관련한 일화입니다. 선생님은 전문 배우가 아니라 실제 명리학자이신데, 사주카페를 섭외하러 다니다가 선생님을 뵙고 공간과 배우를 모두 구할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께서 제 사주도 봐 주셨는데 <고란살> 영화가 잘 될거라고 말씀해주셔서 많이 힘이 되었습니다. 일하느라 연락을 자주 드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큽니다. 또 영화 학교 후배 중에 명리학을 공부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시나리오를 읽고 사주 뿐 아니라 시나리오에 있어서도 전반적으로 봐주었습니다. 영화를 만들면서 적절한 도움을 받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인데 <고란살>에서는 많은 행운이 따랐습니다. 이분들께 지금도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Q. 영화에서 '집'은 주요 촬영 공간입니다. 주인공인 정원과 태원에 있어서 '집'은 어떤 의미인지? '집'의 미쟝센은 어떻게 보여주고 싶었는지?
A. 공간은 사람들의 경제력, 관계, 권력, 감정들을 잘 보여주는 장소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집은 ‘가족’의 실체를 보여주는 장소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한국에서 집은 많은 사람들이 최초로 열망하고 최후에도 포기 못 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정원은 가족에게서 벗어나 자신만의 공간을 꾸리고자 하지만, 결국 태원을 떠안고 살게 됩니다. 정원은 또 다시 ‘가족의 집’에서 벗어나고자 합니다. 그러나 이런 정원을 이기적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가족의 무게를 너무 가볍게 여기는 일일 것입니다. 정원이 자신만의 집을 찾으려는 사람이라면, 태원은 집을 떠나는 사람입니다. 과거의 실패 이후 정원의 집에서도 구성원으로써 역할을 다하지 않고 결국 타지로 떠나버리고 맙니다. 태원의 떠다니는 마음은 적응과 안정을 요구하는 집이라는 공간과 맞지 않습니다.
집을 보여줄 때 신경 쓴 부분은, 정원의 공간에 태원이 얹혀사는 부조화가 화면으로 드러날 수 있게 하는 점이었습니다. 한국의 집은 보통 안방과 작은방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당연히 이 경우 정원이 안방을 쓰고 태원이 작은 방을 쓰는 구조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태원의 방은 일종의 창고라고 보았습니다. 또한 정원의 생활력이 드러나는 곳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출퇴근하는 직장인이 집을 인테리어 잡지에 나오는 것처럼 꾸미고 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것입니다. 게다가 가족에게 많은 조력을 해야 하는 정원의 입장에서는 더더욱 그럴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것저것 살림을 갖추고 매일 쓸고 닦는 정원의 모습을 생각하며 미술작업을 했습니다.
Q. 이유영 배우가 정원으로, 원태희 배우가 정원의 친오빠 태원으로 등장합니다. 두 사람의 캐스팅 과정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그리고 캐릭터를 위해 어떻게 서로 소통하였는지요?
A. 두 배우 모두 <고란살> 이전에 함께 작업을 한 분들입니다. 원태희 배우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 영화의 공동 프로듀서이기도 하고, 이야기를 단초를 제공해주신 사람이기도 합니다.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배우의 역할을 넘어 프로듀서로써, 동지로써 많은 조력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이유영 배우의 경우에는 전작에서 함께 했었는데, 촬영 당시에 떠오르는 스타로 굉장히 바쁜 상태셨습니다. 정원 역의 배우를 구하지 못해 학교를 배외하면서 넋놓고 있는데, 다른 배우의 도움으로 이유영 배우와 셋이 만나게 되었고, 그때 상황을 이야기했더니 흔쾌히 출연해주었습니다.
두 분 다 정말 훌륭한 배우이고, 영화에 대한 열정은 제가 따라가지 못할 정도이기 때문에 당시에 저의 연기연출 방침은 ‘배우를 방해하지 말자’는 것이었습니다. 감독이 뭔가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잘못된 디렉팅을 내려 도리어 배우들을 방해하는 일이 종종 있다고 생각합니다. 배우들을 방해하지 말고, 다만 제가 항상 지켜보고 있으니 뭔가 잘못할까 걱정하지 말고 연기할 수 있게 만들어주고 싶었는데 제가 잘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디테일한 부분에 대해서 서로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그건 두 분이 큰 흐름에 대해 이미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Q. 태원이 정원의 집에 머무르게 된 이유는? (태원의 과거에 대해)
A. 태원과 정원의 가족사는 어쩌면 전형적인 이야기입니다. 지방의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않은 가정에서 장남으로 태어난 태원은 부모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똑똑한 젊은이였을 것입니다. 아마 대학도 서울의 소위 좋은 대학에 입학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부족하나마 가족의 지원은 모두 태원에게 쏠렸을 것입니다. 태원은 가족의 지지를 바탕으로 사업을 시작했으나 도시에서 성공하기에는 자본도, 영악함도, 운도 부족했습니다. 반면 정원은 주목받지 못하는 딸이었지만 착실히 노력하여 안정된 직장과 자신만의 공간을 찾아 수도권으로 오게 됩니다. 딸로 태어났기 때문에 가족의 지원은 받지 못하지만 정작 가족을 책임지는 것은 정원입니다. 태원의 사업 실패 후, 그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진 부모는 그 책임을 정원에게 지웠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방 소도시에서 잘난 아들이 몰락한 모습이 소문으로 도는 것이 부끄럽고, 태원을 경제적으로 지원할 능력도 부족해진 것이지요. 이 과정에서 태원의 의사는 크게 고려되지 않았을 것이고, 실패로 인해 현실에 대한 애착이 없어진 태원 역시 마땅치는 않지만 상황이 되어가는대로 내버려 두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태원의 마음 속에 재생의 의지가 아주 없지는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때문에 좀 더 서울에 가까운 정원의 집으로 왔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의 음악이 인상적입니다.
A. 보통 영화 작업에 음악 감독님과 함께 합니다. 그런데 <고란살>의 경우에는 좀 특이하게 음악 감독이 없다고 할 수 있는데, 영화에 사용된 음악이 저작권 무료로 배포된 음악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작권 문제는 문의를 통해 확인했고, 저작권 무료 음원 사이트에서 골라낸 것입니다. 박성원 편집 감독님과 작업 중 가이드로 음악을 선택해 편집하는 과정에서 이 음악을 최종적으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Kesakoo 의 <Utiopika>라는 음악입니다. 물론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음악 작업을 할 여유가 크게 없기도 했지만, 그것이 음악 선택의 이유는 아니었습니다.
처음 들었을 때 이 음악이 소위 ‘뽕짝’ 즉 트로트나 엔카와 같다고 느껴졌고, 구슬픈 듯 신나는 리듬이 복합적인 느낌을 준다고 생각했습니다. 감정에 몰입하는 음악은 아니지만, 그렇게 때문에 삶에 대해 조금 떨어져서 볼 수 있는 여유를 주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앞 뒤로 같은 음악을 넣어도, 영화의 내용이 달라져서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면 성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음악에 문외한인지라 제 선택에 자신이 별로 없었는데 선뜻 찬성해주시고 음악에 맞춰 훌륭히 편집해주시고 박성원 편집감독님께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Q. <고란살>은 2015년 작품입니다. 이후 2017년 <대구에서>라는 중편영화 작품도 연출하셨습니다. 이후 근황을 전해주신다면? 앞으로 또 어떤 이야기들을 준비하고 계신가요?
A. 돌이켜보니 관계의 방식과 깊이에 대해 제가 계속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도 역시 이러한 주제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한 집에 사는 여자 친구 세 명에 대한 이야기이고, 다만 극영화가 아니라 다큐멘터리입니다. <홍학식당>이라는 제목으로 현재 촬영중입니다. 극영화와 달리 다큐멘터리는 현실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이라 완전히 어떤 작업일지, 언제 마무리가 될 지 말씀드리기는 어렵겠습니다만 ‘지금 우리는 누구와 어떻게 어디서 사는가’ 에 대한 이야기이며, 여성이 주인공이고, 집이 나오고, 친밀한 관계가 나온다는 점에서는 예전 작업과 연결이 될 것 같습니다. 또한 작가로 웹드라마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데, 여성탐정이 주인공인 이야기입니다. 성정체성의 수용과 관계에서의 소통이 주제라는 점에서 흥미를 갖고 임하고 있습니다.
Q. 시나리오에 영향을 주는 것들이 있다면?
A. 특별한 것이 없어서 조금 부끄러운 기분이 듭니다. 뭔가 말씀드릴 만큼 열심히 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하고요. 일단 확실한 것은 영감이라고 해야 할지, 뭔가 확신이 들어야만 작품이 완성이 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확신이 있어야 작품이 시작되지만, 그 때의 확신은 가능성 정도여도 되는 것 같습니다.
다만 작품의 완성에는 완전한 확신이 필요합니다. 시작, 중간, 완성 단계에서 각각 고민하는 문제들을 끊임없이 머리 속에 넣고 일상을 보면 별다르지 않은 것도 일종의 사인(계시) 처럼 여겨지는데, 이럴 때 점차로 일이 진행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굉장히 자기중심적인 상태이긴 하지만 작품이 시작되면 머리 속에 고민을 넣어두고 일상을 바라보려고 합니다. 이 상태가 너무 지치면 좋은 영화를 봅니다. 우연적으로 선택된 영화도 좋은 작품이라면 언제나 힌트를 준다는 생각이 듭니다.
Q. 평소 좋아하는 작가 혹은 감독이 있다면? 그 밖에 좋아하는 예술 분야가 있다면?
A. 원래 책 읽는 것을 좋아했고, 시네필이라고는 도저히 말 할 수 없지만 영화를 보는 것을 좋아하는 관객이었습니다. 그때는 도피의 수단으로 더욱 맹렬히 책과 영화에 빠져들었는데, 영화를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오히려 그것이 어려워진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근래에 보았던 책 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줌파 라히리라는 인도계 미국 작가의 소설들과 이탈리아 철학자 프랑코 비포 베라르디의 <죽음의 스펙터클>, 금정연 작가의 에세이 <택시>,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이었습니다.
무척 많은 감독을 좋아하는데, 재일한국인 최양일 감독님과 미국 감독 마틴 스콜세지의 작품은 언제나 신작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김기영 감독과 루키노 비스콘티 감독의 작품에서 영화란 무엇인지 얼핏 알게된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하기 전에 미술사학을 전공해서 미술과 시각예술에 관심이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평소에 제일 많이 접하는 예술분야는 아무래도 미국 드라마인 것 같습니다. 여성 주인공이 이야기를 이끄는 드라마나 추리물, 독특한 주인공과 친구들이 나오는 간단한 시트콤 류의 코미디를 많이 봅니다.
Q. 독립영화관 시청자분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A. 독립영화관의 팬입니다. 처음 방영을 시작했을 때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가 이런 프로그램이 있구나, 했던게 생각납니다. 늦은 시간에 불꺼진 거실에서 혼자 리모컨을 쥐고 독립영화관을 기다리곤 했습니다. 독립영화관에서 보았던 영화들은 제게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창문들 중 하나였습니다. 저는 영화를 뒤늦게 시작했고, 때문에 처음 독립영화관을 볼 때는 영화를 하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당연히 나중에 제가 이 프로그램에서 영화를 상영하게 될 거라고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고란살>이 독립영화관에서 방영되어 영광입니다. 혼자 있든 누군가 함께 있든 외로움을 느끼는 분들이 있다면 그분들께 잠깐이라도 좋은 시간이 된다면 정말 기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