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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관 해야 할 일 
KBS 독립영화관 2025년 12월 12일 방송

□ 방영작품 :  해야 할 일
□ 방송일시 : 12월 12일 금요일 밤 23:30~ (KBS-1TV)
□  방영작품 정보

- 감독/각본 : 박홍준
- 출연 : 장성범, 서석규, 김도영, 김영웅, 장리우, 이노아, 장주상, 김남희
- 촬영 : 최창환
- 조명 : 이정훈
- 미술 : 강다영
- 동시녹음 : 이규하
- 음악 : 임민주
- 편집 : 조현주(마루편집실)
- 프로듀서 : 황순상, 박현석
- 기획 : 박홍준, 심재명
- 제작 : 박홍준, 이은
- 제작 : 영화사 나른, 명필름랩 MYUNG FILMS LAB  
- 장르키워드 : 드라마

□ < 해야 할 일 > 줄거리
한양중공업의 입사 4년 차 대리 강준희는 인사팀으로 발령을 받는다. 
수주 절벽을 맞이한 조선소. 
회사 채권단으로부터 구조조정 지시가 인사팀으로 내려온다. 
하고 싶진 않지만, 회사를 살리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일이라 생각하는 인사팀 직원들. 
인사팀은 구조조정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잡음 없이 끝내기 위한 작업을 한다. 
회사의 입맛에 맞는 근로자 측 대표를 선출하고, 회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해고 대상자 선발 기준을 세우고자 한다. 
이런 회사의 습성을 잘 아는, 소위 블랙리스트에 오른 직원 몇몇이 중심이 되어, 회사의 행보에 제동을 걸기 시작한다. 
하지만 큰 위협이 되지 못한 채, 결국 구조조정은 시작된다.

□ < 해야 할 일 > 영화제 상영 및 수상내역
제3회 다낭아시안영화제 (2025, 베트남)
제19회 파리한국영화제 페이샤쥬 (2024, 프랑스)
제9회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 아시아경쟁/코리안 웨이브 (2024)
제11회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 초청작 (2024)
제11회 춘천영화제 인디시네마 (2024)
제12회 무주산골영화제 영화 '창' (2024)
제14회 베이징국제영화제 비전-B&R 아시안 비전 (2024, 중국)
제30회 브줄국제아시아영화제 장편경쟁 (2024, 프랑스)
제49회 서울독립영화제 장편 최우수작품상/독립스타상_김도영 (2023)
제25회 부산독립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 최우수연기상_김도영 (2023)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배우상_장성범/한국영화감독조합 플러스엠상 (2023)

□ < 해야 할 일 > 박홍준 감독 연출의도
기업에서 구조조정을 시행하면, 외부에선 노-사 간의 갈등이 생기는 것으로 보이지만, 내부의 시점은 다르다. 명령을 내린 주체는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선 채 지켜볼 뿐, 결국엔 노동자들 간의 갈등만이 생길 뿐이다. 각각의 위치와 역할에 따라, 그저 최선을 다해 살 뿐인 각 구성원들의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킨다. 그 후에 남는 것이라곤 산산이 조각나 버린 직원들 간의 유대와 살아남았다는 일말의 안도감뿐이다. 언제 잘릴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함께 자본의 거대한 힘 앞에서 노동자들은 다양한 형태로 패배하게 된다. 노동 문제를 다루는 이야기들은, 주로 구조조정의 직접적인 피해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싸우는 형태로 그려져 왔다. 그렇다면 구조조정의 실행자로서, 그저 자신의 해야 할 일을 할 뿐인, 인사팀 노동자들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구조조정 과정을 둘러싼 다양한 층위의 인물들을 통해, 우리 시대 노동 환경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를 관객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 < 해야 할 일 > 박홍준 감독은?
단편 <이삿날><만끽연가>를 연출했으며, <해야 할 일>은 첫 번째 장편 연출작으로 실제 경험담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 < 해야 할 일 > 제49회 서울독립영화제 프로그램 노트
지방의 중소 중공업 4년 차 대리 준희(장성범). 인사팀으로 발령을 받자마자 회사 채권단으로부터 구조조정을 위한 해고 대상자 명단을 만들라는 지시를 받는다. 준희를 포함한 인사 팀원들은 이와 관련한 본인의 입장과 무관하게 그저 제 앞의 일을 묵묵히 수행할 뿐이다. 하지만 일이 진행될수록, 미처 알지 못했던 저마다의 사정이 드러날수록, 준희는 자신의 일이, 일하는 자신이 자꾸만 초라하고 부끄러워진다. <해야 할 일>은 정리해고라는 매서운 칼끝이 노동자들 사이의 반목과 불신, 긴장과 갈등의 심화에 가 있음을 정확히 직시한다. 동시에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나아가는지를 구체적인 상황과 그 점진적 진행으로 조목조목 따져 나간다. 영화는 갈등의 양상을 노사의 문제로 한정 짓지 않으며, 대립의 극렬성만을 주목할 생각 또한 없다. 대신 부서와 업무, 직급과 연차, 학력과 성별, 처지와 입장 간의 미묘하고도 뚜렷한 차이에 주목하고 그로 인해 노동자들이 갖게 되는 복잡하고 애매한 감정의 민낯을 들여다본다. 그런 만큼 여러 인물 군상을 균형감 있게 그리는 데도 공을 들였다. 실제 노동 현장의 속사정을 성실하게 조사하고 연구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장면들이 꽤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박홍준 감독이 실제로 영화 속 상황과 유사한 일을 겪으며 갖게 된 문제의식이 영화로 옮겨졌기 때문일 것이다. 또 하나, 내면에 이는 혼란을 과장됨 없이 담담하고 담백하게 표현하면서도 드라마의 장악력을 유감없이 보여 준 준희 역의 배우 장성범의 연기가 특히 인상적이다. (글: 정지혜 / 서울독립영화제2023 예심위원)

□ < 해야 할 일 > 제12회 무주산골영화제 프로그램 노트
회사와 노동자의 관계를 이야기로 담아낼 때 회사 입장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건 위험하다. 현실에서 권력의 저울이 노동자 쪽으로 기우는 일 따위는 절대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 부산의 중공업 회사 인사팀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박홍준 감독은 이 위험을 기꺼이 짊어졌다. 감독의 경험이 투영된 <해야 할 일>은 구조조정을 해야하는 회사가 노동자를 정리해고하는 과정을 담는다. 그것도 회사가 건넨 ‘해고’라는 칼을 쥔 인사팀을 중심으로. 대출에 묶여, 집과 돈 걱정 때문에 회사를 떠날 수 없는 직원들은 회사를 구한다는 사명감에도 불구하고 감당할 수 없는 무게의 칼을 휘두를 때마다 쩔쩔맨다. 영화는 인사팀 대리 준희의 눈을 통해 자본주의가 그려낸 지옥도를 펼쳐놓는다. 준희가 고통에 못 이겨 업무를 거부하고 회사를 때려치웠다면, 회사는 빠르게 그를 대신할 대타를 찾았을 것이다. 영화 말미에 대통령 탄핵 촛불 집회 장면이 의도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이건 희망의 암시일 가능성이 높지만, 현실에 그런 희망은 없다. 준희를 포함한 인사팀 직원들은 최악의 순간에도 진심을 다하지만 그들도 회사에 순응해야 살 수 있는 일개 직원일 뿐이다. 따라서 이 영화가 던지는 진짜 질문은 ‘그들도 피해자고 희생자다’가 아니다. 이 부조리한 구조를 벗어나는 건 가능한가. 가능하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자문하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이미 낙관 없는 <해야 할 일>의 세계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짙은 어둠 속에 있을 때 비로소 빛은 의미를 갖게 되므로 <해야 할 일>은 절망과 비관 사이의 좁은 틈을 뚫고 나온 작은 빛, 그 빛의 조각을 찾아가는 영화라고 믿고 싶다.

 

독립영화관 서울독립영화제 기획2 특별단편전 유림 소파가있는꿈 그릇된소녀
KBS 독립영화관 2025년 12월 5일 방송

제51회 서울독립영화제가 열립니다.
11월 27일(목)부터 12월 5일(금)까지 서울 일대에서 만나요!
독립영화관은 서울독립영화제 특별단편전으로 <유림> <소파가 있는 꿈> <그릇된 소녀>를 준비했습니다.

□  방영작품 정보

< 유림 >
- 감독/각본 : 송지서
- 출연 : 김세원, 유은아
- 촬영 : 서시온
- 미술 : 김지오
- 동시녹음 : 서고운
- 음악 : 이수진
- 편집 : 김영덕 (코끼리 편집실)
- 제작 : 란코
- 프로듀서 : 정여진, 최범규
- 시간 : 29분
- 제작년도 : 2024

□ < 유림 > 줄거리
열아홉의 겨울. 유림은 가출한 선미를 도우려 하지만 선미는 무슨 생각에서인지 적극적으로 따라 주지를 않는다. 
임신중절수술 비용을 마련해야 하는 선미와 유림은 결국 선미와 교제했던 국어 선생의 집을 찾아간다.

□ < 유림 > 연출의도
사랑에 대한 무력감과 변화를 향한 믿음 사이를 맴도는 이야기.

□ < 유림 > 영화제 상영 및 수상내역
제50회 서울독립영화제 단편경쟁 대상/국제앰네스티 촛불상 (2024)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선재상_최우수작품상 (2024)
제45회 청룡영화상 청정원단편영화상 (2024)
제14회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한국단편경쟁 연기상_김세원 (2024)
제26회 제주여성영화제 단편경선 (2025)
제18회 여성인권영화제 피움초이스 (2025)
제1회 사람사는세상영화제 경쟁부문 (2025)

□ < 유림 > 제50회 서울독립영화제 프로그램 노트
오래된 필름 사진들로 구성된 매력적인 오프닝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영화의 시점이 독특한데, 오프닝의 필름 사진들과 이야기의 주인공은 ‘선미’지만, 영화의 화자로 내레이션을 이끄는 사람은 ‘유림’이다. 그리고 유림의 내레이션은 정확한 시제를 알 수 없다. 마치 전지적 작가 시점처럼 유림의 내레이션은 영화의 모든 사건과 시간과 장소를 꿰뚫어 본다. (영화 속에서 유림은 선미의 경험을 직접 체험하기도 한다.)

오프닝에서 사용된 실제 필름 사진들과 영화 속 유림의 독특한 시점의 내레이션, 그리고 도시를 돌아다니는 유림과 선미의 모습을 멀리서 관찰하듯 망원 렌즈로 찍은 촬영이 어우러져, 이 영화를 픽션이 아닌 실제 고등학생들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주연 배우들의 섬세하고 자연스러운 연기와 조연 배우들의 과하지 않은 연기도 이 영화의 정서를 이루는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마지막 순간, 연출자는 관객의 상상력을 이용해 작은 긴장감을 만들고, 시제를 알 수 없는 유림의 내레이션으로 선미를 향한 마지막 바람, 명령, 안부, 혹은 부탁을 남긴다. “계속해서 살아갈 것이다.” 이 내레이션이 사실이기를 바란다. (글: 정혁기 영화감독 / 서울독립영화제2024 예심위원)

□ < 유림 >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램 노트
수능을 끝낸 열아홉의 겨울. 유림은 파탄 난 가정을 탈출한 단짝 친구 선미와 거리를 헤맨다. 다큐멘터리 터치로 시작해 병원과 금은방, 선생님의 집 앞에 이르는 두 소녀의 여정에 절박하고 절절한 마음이 담긴다. 마지막에 회고조 보이스 오버의 서늘한 기운이 압도한다. (글: 강소원 영화프로그래머)

< 소파가 있는 꿈 >
- 감독 : 남연우
- 각본 : 고하늘, 남연우
- 출연 : 이한중, 정연웅, 성시원
- 촬영 : 나연
- 미술 : 길아름
- 동시녹음 : 여인서
- 제작 : 테루테루프로젝트
- 시간 : 19분
- 제작년도 : 2024

□ < 소파가 있는 꿈 > 줄거리
오랜 연인인 태산과 동주는 이사를 5일 남겨 두고 길에서 소파를 발견한다. 둘은 소파로 가득 찬 비좁은 집에서 이삿짐을 정리한다.

□ < 소파가 있는 꿈 > 연출의도
오랜 시간 함께했어도 이해할 수 없었던 연인을 어렴풋이 헤아려 가는 과정을 담고 싶었다. 서로를 완전히 알고 이해하는 일은 불가능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그런 시도로 지켜졌던 것일지도 모른다.

□ < 소파가 있는 꿈 > 영화제 상영 및 수상내역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 (2024)
제50회 서울독립영화제 단편경쟁 우수작품상 (2024)
제14회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코리아 프라이드 한국 비경쟁 (2024)

□ < 소파가 있는 꿈 > 제50회 서울독립영화제 프로그램 노트
태산과 동주는 오래된 연인이고, 동거를 끝내는 이사를 앞두고 있다. 영화는 동주가 발견한 버려진 소파를 함께 나르며 시작한다. 둘은 무거운 소파를 들고 길을 건너고 언덕을 오르고 잠시 쉬기도 한다. 그리고 힘겹게 좁은 집에 소파를 들인다. 한껏 좁아진 집에서 두 사람은 남은 일상을 이어간다.

영화는 태산과 동주 누구에게도 치우치지 않고 두 사람이 함께 있는 좁은 집 구석구석에서 두 사람의 일상을 비춘다. 한 번쯤은 소파에서 나누고 싶었을 이야기와 해 보고 싶었을 애틋한 키스. 그리고 소파 덕분에 좁아진 집에 남아 있는 지난한 집안일을 해 나가며 흘러가는 두 사람의 일상은 감정의 과잉 없이 간결하게 보여진다. 사려 깊은 관찰과 단아한 연출이 돋보인다. 그 연출의 힘은 영화의 마지막, 곤히 잠든 동주의 숨소리 위로 흘러 들어오는 동네의 풍경들에서 빛을 발한다. 그 느슨한 풍경들 위로 두 사람이 함께 걸었을 시간과 함께 웃었을 순간과 숨이 차서 잠시 멈췄을 순간들이 일렁인다. (글: 이우정 영화감독 / 서울독립영화제2024 예심위원)

□ < 소파가 있는 꿈 > 제 29회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램 노트
오랜 연인인 태산과 동주는 이사를 앞두고 길에서 주은 소파를 집에 들인다. 소파로 가득 찬 비좁은 집, 각자의 이사를 준비하는 두 사람, 그리고 그들의 꿈이 초연한 톤으로 심상하게 그려진다. 고유한 리듬으로 포착된 두 사람의 심상이 공기처럼 떠돈다. (글: 강소원 영화프로그래머)

< 그릇된 소녀 >
- 감독/각본/편집 : 육광수
- 출연 : 박자희, 이재광
- 촬영 : 최종만
- 조명 : 김민철
- 미술 : 탁지나
- 동시녹음 : 김재환
- 음악 : 이태영
- 프로듀서 : 이나린
- 시간 : 29분
- 제작년도 : 2024

□ < 그릇된 소녀 > 줄거리
300년 역사를 지닌 대한민국 최장 명창가 가주 ‘진례’의 장례식. 그녀의 딸이자 오늘날 최고의 명창이라 불리우는 소리청의 대모 ‘채선’과 가문의 명맥과 어긋난 꿈을 꾸는 손녀 ‘소련’이 각자 다른 한을 간직한 채로 서로 다른 노랫가락을 읊조린다. 집 안에 들어서면 모녀를 감시하듯 줄지어 노려보고 있는 역대 선대 명창들의 영정. 그런 영정 속 선대들을 등에 이고 근본이란 이름의 영광을 누리는 엄마 채선, 저런 영정 속 선대들을 마주하고 대적하는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후대 소련. 영정 속 선대들은 후대의 자유를 앗아 간 적인가, 그들의 영광을 이룩한 아군인가. 근본이란 이름하에 ‘그릇’ 된 소녀에게 저항하는 ‘그릇된’ 소녀의 이야기.

□ < 그릇된 소녀 > 연출의도
300년 동안 전통과 명맥이란 영광하에 아무도 부수지 못한 굴레를 마침내 벗어던지려는 한 소녀를 필두로 펼쳐지는 오컬틱 판소리 영화. 가장 한국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가장 차가운 상황들 속에서, 가장 뜨거운 인물들이 격돌하는 작품을 만들고자 했다. 도전자의 날 선 외침과, 실제 명창의 압도적 유려함과 함께.

□ < 그릇된 소녀 > 영화제 상영 및 수상내역
제50회 서울독립영화제 페스티벌 초이스 관객상 (2024)
제22회 청주국제단편영화제 배우상_이재광 (2025)

□ < 그릇된 소녀 > 제50회 서울독립영화제 프로그램 노트
‘소련’은 뮤지컬 가수가 되고 싶다. 하지만 어머니 ‘채선’은 가업을 물려받기를 바라며 소련의 오디션을 방해한다. 너무 평범하고 뻔한 로그라인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영화는 비장의 무기를 하나 가지고 있다. 바로 ‘판소리’다. 영화는 강렬한 판소리와 함께 그림 같은 언덕 위에서 시작된다. 오프닝만 보아도 연출자가 이 영화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엿보인다. 탁 트인 도시를 배경으로 한 언덕을 대체 어디서 찾은 것인지, 다양한 각도에서 찍은 그림 같은 풀숏들과 드론을 활용한 부감까지, 연출자의 야심이 유감없이 드러나는 오프닝이다.

영화는 판소리를 계승하려는 어머니 채선과 뮤지컬 가수가 되고 싶은 소련을 계속 대비시킨다. 마치 동양과 서양, 전통과 신문물처럼 불교와 천주교, 바둑과 체스 같은 상징을 통해 두 모녀의 상반된 가치관을 대조적으로 보여 준다. 소련과 채선을 맡은 박자희 배우와 이재광 배우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소리꾼을 캐스팅한 건지 배우를 캐스팅한 건지, 영화 속 두 배우는 소리와 연기 모두 훌륭하게 소화해 낸다.

이 영화의 백미는 마지막 장면이다. 소련이 억눌렸던 감정을 한풀이하듯 소리로 쏟아내는 장면은 이 영화가 왜 판소리를 소재로 선택했는지 보여 준다. 전통을 이어가는 것이 마치 벗어날 수 없는 저주처럼 해석한 연출의 시선도 인상적이다. (글: 정혁기 영화감독 / 서울독립영화제2024 예심위원)
 

독립영화관 백현진쑈 문명의 끝 
KBS 독립영화관 2025년 11월 28일 방송

□ 방영작품 :  서울독립영화제 기획 < 백현진쑈 문명의 끝 >
□ 방송일시 : 11월 28일 금요일 밤 23:30~ (KBS-1TV)
□  방영작품 정보

- 연출/편집 : 박경근
- 무대연출 : 백현진
- 각본 : 백현진, 박경근
- 출연 : 백현진, 김고은, 김선영, 문상훈, 장기하, 한예리
- 촬영 : Patrick Smith
- 미술 : 김지명
- 음악 : 백현진
- 사운드 : 이재혁(Cross Disslove)
- 제작 : 백현진
- 프로듀서 : 김근우
- 장르키워드 : 다큐멘터리

제51회 서울독립영화제가 열립니다.
11월 27일(목)부터 12월 5일(금)까지 서울 일대에서 만나요!
독립영화관은 서울독립영화제 기획으로 <백현진쑈 문명의 끝>을 준비했습니다.

□ <백현진쑈 문명의 끝> 줄거리
다재다능한 예술가 백현진이 연극 연출에 도전하며 배우들을 혼란에 빠뜨린다. 그의 독특한 연출은 무대 위에서 알 수 없는 상황으로 풀어진다. 사람들의 울부짖음, 한 여자의 독백, 또 다른 여자가 노래를 립싱크하는 장면들이 순서 없이 등장하고, 백현진은 원시인, 가수, 그리고 해설자로 무대에 나타난다.

□ < 백현진쑈 문명의 끝 > 박경근 감독 연출의도
이 영화는 연극의 기록 영상으로 출발하였다. 하지만 만들다 보니, 연극을 영화로 쉽게 전환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결국 이 영화는 내가 바라보는 ‘백현진’이라는 한 인물의 초상이다. 화가, 가수, 배우, 작곡가, 퍼포먼스 아티스트를 넘어 연극 연출까지 자신의 영역을 확장시키는 백현진의 세상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이 영화는 백현진의 예술 세계처럼, 다큐멘터리나 픽션이라는 장르로 구분될 수 없는 실험적인 형식을 띠고 있고, 그 애매모호함을 연출의 핵심 요소로 사용하였다.

□ < 백현진쑈 문명의 끝 > 박경근 감독은?
박경근은 다양한 매체로 독창적 시선을 보여주는 시각예술가로 알려져 있다. 무의식과 기술, 신화와 현실, 집단과 개인의 주체에 대한 주제를 다루는 그의 작품들은 영상, 조각, 설치, 등 다양한 매체와 방식으로 표현된다. 그의 주요작품들 <철의 꿈>(2014), <군대>(2018),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2021)은 2014 베를린국제영화제, 2018 부산국제영화제, 2014 뉴욕현대미술관 (MoMA), 타이페이 비엔날레, 필라델피아미술관 등에서 전시, 상영되었다. 2014 베를린국제영화제 넷팩상, 2018 부산영화제 최우수 다큐멘터리상, 2016 리움 삼성 미술관 아트스펙트럼상 수상, 2018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후보, 아트바젤 BMW Art Journey 선정, Chanel x Frieze, Now & Next 선정 등 국내외 활발한 작품활동을 펼치고 인정받고 있다. 그의 최근 개인전은 상하이 유리미술관 「이중거울」(2020)과 상하이 OCAT 미술관 「호랑이 담배 피던시절」(2022)이 있다.

□ < 백현진쑈 문명의 끝 > 영화제 상영 및 수상내역
제50회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작 (2024)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안시네마 (2025)

□ <백현진쑈 문명의 끝 > 제50회 서울독립영화제 프로그램 노트
싱어송라이터, 음악 프로듀서, 음향 엔지니어, 화가, 설치 미술가, 비디오 아티스트, 퍼포먼스 아티스트, 배우, 시인, 연출가로 활동하는 백현진이 제작을 맡고, 박경근이 연출로 참여하며 의기투합한 <백현진쑈 문명의 끝>은 올해 50주년을 맞이하는 서울독립영화제가 추구해 온 거침없는 도전과 한국 독립영화의 독립 정신에 잘 부합하는 작품이다.

<백현진쑈 문명의 끝>은 지난 2023년 동시대 예술가의 실험적 무대를 선보이는 세종문화회관 프로그램 '싱크 넥스트(Sync Next) 23'의 12개 공연 중 하나로 선보였던 실험적 연극 <백현진쑈: 공개방송>의 기록 영상에서 출발한 프로젝트이다. 당시 공연에 대해 백현진은 “보이는 것과 들리는 것을 재료로 삼아 그동안 듣지도 보지도 못한 형식과 내용의 '쑈'를 보여 주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백현진 특유의 펑크적 감각과 유머, 그리고 기성 가치관에 대한 의심과 풍자를 담은 무대는 퍼포먼스, 비디오, 토크쇼, 낭송, 연설, 음악 공연, 토막극 등 다양한 형식을 동원한 한바탕'쑈'이자 난장으로 펼쳐진다.

박경근은 영화<청계천 메들리>,<철의 꿈>,<군대>와 다수의 미술 전시를 통해 독창적 영상 언어를 구사하며 한국영화와 미술계의 다양성에 기여해 온 바 있다. 공연 영상 기록을 제안받은 박경근은 카메라를 통해 '쑈'를 기록하는 과정에서 연극/공연을 영화/영상으로 전환하는 분할 수 없는 실험적 형식으로 구성한다.

백현진의 즉흥성과 변주에 조응하는 박경근의 연출 방식도 흥미롭지만, 공연에 등장하는 무용수, 배우, 음악가, 코미디언 등의 몰입도 충만한 현장 연기를 영상으로 만나는 지점이 흥미롭다. 종잡을 수 없는 문상훈과의 토크쇼, 가수 장기하, 배우 김고은, 김선영, 한예리가 보여주는 무대 연기는 격정적이고 폭발하는 에너지로 가득하다. 무대를 벗어나 서울시내 공사장에서 발견된 황량한 유적지를 헤매는 백현진의 연기는 한 시대의 끝에서 새로운 시작을 모색하는 예술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기존 영화 형식이나 장르 구분법으로 분류하길 거부하는 일탈과 자유로움, 그리고 변주를 보여 주는 <백현진쑈 문명의 끝>은 올해 서울독립것이 쉽지 않다는 점을 깨닫게 되면서, 이번 작업을 연극에 대한 기록을 넘어 '백현진이라는 한 예술가의 초상'을 그리는 것으로 선회한다.
박경근은 새로운 도전을 하는 백현진의 불안정하고 애매모호한 내면을 연출의 핵심 요소로 사용해, 다큐멘터리나 픽션이라는 장르로 구영화제의 슬로건인'오공무한대50to lnfinity'가 의미하는'서독제가 맞이할 미래 속 무정형의 영화'를 미리 만나 보는 기회를 선사할 것이다. (글: 김영우 서울독립영화제2024집행위원&프로그래머)

□ <백현진쑈 문명의 끝 >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램 노트
<백현진쑈 문명의 끝>은 기본적으로 2023년 9월 열린 <백현진쑈: 공개방송>이라는 공연의 기록물이다. 백현진 자신은 물론이고 김고은, 김선영, 문상훈, 장기하, 한예리 같은 이들이 출연했던 이 공연은 금세 매진됐고 관람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큰 궁금증을 낳았다. 어쩌면 무대로부터 먼 좌석에서 관람한 관객조차 궁금증을 갖고 있었을 법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이들 배우 혹은 가수는 백현진이 만든 무대에서 그동안 본 적이 없는데다 예상조차 못했던 모습을 보여줬고, 이는 영화 안에 잘 담겨있다. “백현진의 본업은 추적자(였)다. 추적자는 흔적의 기억을 좇는다”는 문화평론가 손이상의 말처럼, 백현진은 이 무대를 통해 음악가, 미술가, 영화감독, 무대예술인, 시인 등 그의 작업을 포괄하는 추적자로서의 본성을 드러낸다. 하지만 이 작품은 무대 현장을 기록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박경근 감독은 『씨네21』과 인터뷰에서 “공연의 현장성이라는 3차원의 것을 2차원으로 가져올 때 수많은 것들이 사라지고 반대로 3차원에서는 볼 수 없던 수많은 것들이 생겨나는 걸 보면서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설명했는데, 이 영화는 공연에 대한 박경근 감독의 해석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실제 공연과 다른 순서와 맥락으로 편집돼 있다. 여기에 백현진의 일상과 페이크 다큐멘터리가 더해져 공연과는 확연히 다른 결과물이 됐다. 백현진과 그의 예술적 내면이 궁금하다면 꼭 봐야 할 영화.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작이기도 하다. (문석)

 

독립영화관 서신교환
KBS 독립영화관 2025년 11월 21일 방송

□ 방영작품 :  < 서신교환 >
□ 방송일시 : 11월 21일 금요일 밤 23:30~ (KBS-1TV)
□  방영작품 정보

- 감독/각본/편집 : 김현정
- 출연 : 김소형, 박주환, 김월녀, 권혁자
- 촬영 : 고현석
- 동시녹음 : 고승현
- 제작 : 박주환
- 제작지원 : 대구단편영화제, 강원독립영화협회
- 장르키워드 : 드라마/다큐멘터리

□ <서신교환> 줄거리
영화감독 소형은, 곧 조업이 중지되는 광업소를 촬영하는 다큐멘터리 현장을 돕는다.

□ <서신교환>  김현정 감독의 연출의도
"용기를 주고 싶었습니다."

□ <서신교환> 영화제 상영 및 수상내역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안시네마 (2024)
제11회 부산여성영화제 우수상 (2024)
제9회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 코리안 웨이브 (2024)
제17회 여성인권영화제 피움초이스 (2024)
제11회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 장편경쟁 (2024)

□ <서신교환> 제 25회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램 노트
보고 있는 순간 보다, 보고 나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갑자기 생각나는 영화들이 있다. <유령극>(2023), <흐르다>(2021), <나만 없는 집>(2017) 같은 김현정 감독의 영화가 그렇다. 뒤통수를 맞는 깨달음 같은 것을 얻는다기보다 영화 속 사소한 질문이나 대사가 스치듯 지나가는 경우가 있다는 말이다. 신작 <서신교환> 또한 그런 영화가 될지 모르겠다. 주인공 소형은 극영화 감독으로 시나리오를 쓰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이 와중 다큐멘터리 감독인 형부에게서 도움을 요청받는다. 한 탄광촌을 소재로 다큐를 만드는데 여기서 촬영을 도와주고 글을 써달라는 것. 이 현장에서 소형은 선뜻 앞에 나서지 못하는데, 그 망설임은 극영화와 다큐멘터리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것처럼 보인다. 시나리오를 고민하는 소형은 누군가와의 통화에서 결국 극중 인물의 내면이 글 쓰는 “작가의 프레임을 벗어날 순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러한 ‘프레임'이 다큐멘터리 촬영차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이어지는 듯 보인다. 하지만 갈수록 소형의 생각은 달라진다. 특히 관록 있는 여성 노동자 해숙과의 ‘관계 맺기'는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사라지는 것들을 예민하게 느낄 수 있길" 기원하게 되는 건 분명 소형만은 아닐 것이다. (글: 문석 영화프로그래머)

독립영화관 언프레임드 반디 재방송 블루해피니스
KBS 독립영화관 2025년 11월 14일 방송

□ 방영작품 :  < 반디 >, < 재방송 >, <블루 해피니스>
□ 방송일시 : 11월 14일 금요일 밤 23:30~ (KBS-1TV)
□ 방영작품 정보

<반디>

- 감독/각본 : 최희서
- 출연 : 박소이, 최희서, 조경숙, 신현수
- 촬영 : 이성은
- 조명 : 신정훈
- 미술 : 김아름
- 동시녹음 : 김정숙
- 음악 : 박인영
- 편집 : 송지선 [codec studio]
- 제공/배급 : ㈜왓챠
- 제작 : 하드컷
- 프로듀서 : 김정숙
- 시간 : 40분
- 제작년도 : 2021

□ 줄거리
“정말 소중한 것은 사라지지 않아” 아홉 살 반디는 말더듬증 때문에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
싱글맘 소영은 그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하고, 지금까지 반디에게 말하지 못했던 특별한 이야기를 해주기로 결심한다.

□ < 언프레임드 > ‘반디’에 대하여
아이와 엄마는, 반디와 소영은,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최희서 감독이 직접 쓰고 연출한 영화 <반디>는 지금껏 말하지 못했던 비밀을 알려주기로 결심한 싱글맘 소영과 아홉 살 딸 반디의 이야기로, 연출과 연기를 병행한 최희서 감독의 다재다능함과 배우 박소이의 놀라운 가능성이 빛을 발하는 작품이다. 최희서 감독은 배우 박소이를 만난 후 용기를 얻어 <반디>의 시나리오를 완성할 수 있었다는 비하인드와 함께 “잘할 수 있는 것을 못하는 연기가 사실은 정말 어렵다. 하지만 소이 배우의 연기력이라면 말을 더듬는 어려운 연기를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고 그렇게 반디의 캐릭터 설정을 바꿨다”라며 배우를 향한 신뢰와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 이어 두 번째로 최희서 감독과 모녀 지간을 연기한 배우 박소이는 최희서 감독이 주변 사람들을 진심으로 아끼고 소중히 대해준다고 말하며 “희서 엄마와 또 엄마랑 딸로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같이 연기할 수 있어서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라는 천진난만한 소감을 전했다. 여기에 드라마, 영화 등 장르를 넘나들며 활발한 활약을 펼치고 있는 베테랑 배우 조경숙과 드라마 스페셜에서 탄탄한 연기력을 뽐내며 주목받은 배우 신현수까지 함께해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최희서 감독의 섬세한 감각이 돋보이는 촬영과 음악, 조명, 로케이션 등 프로덕션 또한 <반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관람 포인트이다. 반디가 머무는 놀이터를 비롯해 따스한 햇살이 비치는 아빠의 방, 아파트 뒤의 작은 산 등 일상의 풍경이 담긴 장소들과 다채로운 빛깔의 동화적인 색감은 <반디>가 선보일 아름다운 영상미에 대한 기대를 고조시킨다. 여기에 <창궐>, <특별시민>, <애비규환>, <니나 내나> 등 장르와 규모를 넘나들며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회원으로 위촉된 음악감독 박인영이 참여한 완성도 높은 음악 또한 영화의 여운을 한층 깊게 만든다.

<재방송>

- 감독/각본: 손석구
- 출연 : 임성재, 변중희, 오민애
- 촬영 : 이영우, 이준범
- 조명 : 박명훈
- 미술 : 이재연
- 녹음 : 전영기
- 음악 : Brand Newjiq, 김재현
- 편집 : 송지선 [codec studio]
- 제공/배급 : ㈜왓챠
- 제작 : 하드컷
- 프로듀서 : 김정숙
- 시간 : 30분
- 제작년도 : 2021

□ 줄거리
“이모 잘 모시고 와” 햇볕이 내리쬐는 초여름 낮, 정장을 차려입은 남자 수인이 땀을 뻘뻘 흘리며 언덕을 오른다. 이모를 모시고 친척의 결혼식장으로 오라는 엄마의 부탁에 이모가 좋아하는 참외 한 봉지를 사서 걸어가던 그 시각, 부엌에서 분주한 이모는 곧 도착할 조카를 위해 푸짐한 점심상과 밑반찬을 준비하고 있다.

□ < 언프레임드 > ‘재방송’에 대하여
일상에서 섬세하게 포착해낸 어떤 순간, 
일상에서 건져 올린 솔직한 속내를 특유의 위트와 함께
담백한 연출로 담아내며 따스한 감성을 전하는 영화

손석구 감독이 직접 쓰고 연출한 첫 영화 <재방송>은 결혼식장에 동행하게 된 이모와 조카의 성가시고 애틋한 하루를 그린 로드무비이다. 먼 듯 가깝고, 가까운 듯 먼 관계인 이모와 조카가 결혼식장으로 향하는 평범한 일상을 통해 우리가 쉽게 지나치고 마는 어떤 순간을 포착해낸 <재방송>은 손석구 감독의 재치와 위트, 감성이 녹아든 작품이다. 비록 가상의 이야기지만 어디에선가 진짜로 살아가고 있을 것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싶었다던 손석구 감독의 말처럼 <재방송>은 서울 어딘가에서 결혼식장을 가기 위해 투닥이며 집을 나서는 이모와 조카를 숨죽인 채 지켜보고 있는 것 같은 리얼함으로 웃음을 자아낸다. 여기에는 탁월한 연기력으로 언제나 진짜를 연기하는 배우 임성재와 독립영화계를 떠받치고 있는 든든한 배우 변중희가 큰 몫을 해낸다. 
한 마디도 지지 않고 엄마를 약 올리며 신경을 긁는 아들이자, 낯간지럽고 다정한 말 대신 툭 던지는 한 마디로 진심을 대신하는 30대 조카 수인 역의 배우 임성재는 “수인은 흔히 볼 수 있는 우리들의 모습이자, 누구나 갖고 있는 사연을 상징화한 인물”이라고 말하며 “<재방송>은 달달하면서 새콤한, 여러 가지 맛이 나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여기에 조카가 표현하지 못하는 마음까지 헤아릴 줄 아는 이모인 동시에 오랜 세월 가슴속에 단단한 응어리를 품고 살아온 엄마를 연기한 배우 변중희는 꼼꼼한 손석구 감독 덕분에 대본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었다며 “<재방송>은 삶이란 살아 볼 만한 거라는 이야기를 해주는 의미 있는 영화”라고 전했다. 그 밖에도 베테랑 연기파 배우 오민애, 주목할 만한 신인 배우 공성하 등 여러 작품에서 눈길을 끌던 보석 같은 배우들을 만날 수 있는 영화 <재방송>은 손석구 감독이 단언한 것처럼 연기 하나만큼은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는, 진짜처럼 리얼한 영화로 기분 좋은 여운을 선사할 예정이다. 그리고 계속해서 되풀이되는 재방송처럼 마음에 남을 것이다. 때때로 성가시게, 그러나 아주 오랫동안 애틋하게.

<블루 해피니스>

- 감독/각본 : 이제훈
- 출연 : 정해인, 이동휘, 김다예, 탕준상, 표예진
- 촬영 : 최택준
- 조명 : 김평기
- 미술 : 임성미
- 녹음 : 김유진
- 음악 : 이준오 (Casker)
- 편집 : 문세경
- 프로듀서 : 김정숙
- 제공/배급 : ㈜왓챠
- 제작 : 하드컷
- 시간 : 36분
- 제작년도 : 2021

□ 줄거리
“모범생처럼 살아서 잘 되는 세상이 아니에요” 또 한 번의 면접 탈락 연락을 받고 망연자실하게 앉아있던 어느 날, 취업 준비생이자 아르바이트생인 찬영의 앞에 고등학교 동창 승민이 나타난다. 여유로워 보이는 승민의 손목에는 아마도 찬영의 자취방 보증금과 맞먹을 만큼 비싼 시계가 있다. 찬영은 승민이 어떻게 돈을 벌었는지 궁금하다. 승민은 호기심을 보이는 찬영에게 슬쩍, 새로운 세계를 보여준다.

□ < 언프레임드 > ‘블루 해피니스’에 대하여
이제훈 감독이 연출한 첫 영화 <블루 해피니스>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고민을 마주한 채 평범한 삶을 꿈꾸는 취준생 찬영이 아무리 애써도 쉬이 잡히지 않는 행복을 쫓아가는 이야기로, 배우 정해인, 이동휘, 김다예, 탕준상, 표예진 등 현재 가장 주목받는 젊은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배우 정해인을 염두한 채 주인공의 이미지를 그렸다는 이제훈 감독의 말처럼, 행복에 다가가기 위해 매일 고군분투하는 성실한 청년 찬영을 있는 그대로 연기한 배우 정해인 덕분에 영화의 몰입감이 한층 살아났다. 전작에서 보여주었던 모습과는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낸 배우 정해인은 <블루 해피니스>의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이제훈 감독에게 장문의 메시지를 보낼 정도로 공감했다며 “이제훈 감독님은 현장에서 굉장히 차분하고 꼼꼼했다. 배우가 편하게 연기할 수 있는 에너지를 복돋아 주는 감독님이었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찬영의 고등학교 친구이자 투자로 큰돈을 번 승민 역의 배우 이동휘 또한 맛깔나는 연기력으로 캐릭터에 생생한 활기를 불어넣었다. 여기에 찬영의 곁에서 언제나 그를 지지해 주는 여자친구 지은 역의 신예 김다예와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 탕준상, 발랄하고 색깔 있는 모습으로 눈도장을 찍은 배우 표예진이 합세해 더욱 풍성한 이야기를 선보인다.

□ < 언프레임드 > 제 10회 무주산골영화제 프로그램 노트
한국을 대표하는 박정민, 손석구, 최희서, 이제훈 네 명의 배우가 그들의 활동 영역인 연기에서 벗어나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단편영화 제작 프로젝트로 ‘왓챠 오리지널’중 한 편이다.

<반디> 최희서 감독 / 지금껏 말하지 못했던 비밀을 알려주기로 결심한 싱글맘 소영과 아홉 살 딸 반디의 이야기. 시종일관 따뜻하고 배려깊은 시선과 대화로 자칫 민감한 문제를 해결해간다.

<재방송> 손석구 감독 / 결혼식장에 동행하게 된 이모와 조카의 성가시고, 애틋한 하루를 그린 로드무비. 변중희, 임성재 노련미 넘치는 두 배우의 환상적인 연기 호흡이 단연 돋보인다.

<블루 해피니스> 이제훈 감독 /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고민을 마주한 채 평범한 삶을 꿈꾸는 취준생 찬영이 아무리 애써도 쉬이 잡히지 않는 행복을 쫓아가는 이야기

<반디> 최희서 감독 / 지금껏 말하지 못했던 비밀을 알려주기로 결심한 싱글맘 소영과 아홉 살 딸 반디의 이야기. 시종일관 따뜻하고 배려깊은 시선과 대화로 자칫 민감한 문제를 해결해간다.

□ < 언프레임드 > 제 26회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램 노트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단편 옴니버스 프로젝트다. 최희서 감독의< 반디>는 엄마(최희서)와 함께 사는 소녀 반디의 사연을 담았다. 떠난 사람의 빈자리를 보듬는 사려 깊은 태도가 돋보인다. 손석구 감독의 <재방송>은 이모와 조카의 짧은 동행을 따라간다. 함부로 위로하는 대신 무심한 척 상대의 마음을 쓰다듬는 원숙함이 신뢰를 더한다. 박정민 감독의 <반장선거>는 초등학교 반장선거를 소재로 마치 범죄영화처럼 흥미진진한 전개를 펼친다. 아이를 동심의 대상으로 포장하지 않는 시선이 흥미롭다. 이제훈 감독의 <블루해피니스>는 취업준비생(정해인)이 주식에 얽히면서 일어난 일을 다룬다. 굵직한 메시지를 놓치지 않으면서 소소한 순간들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솜씨가 놀랍다. <언프레임드>란 제목 그대로 네 편의 단편 모두 틀에 얽매이지 않고 본인만의 색깔로 다채롭게 빛난다. (글: 송경원 영화평론가) (*<반장선거>는 방영되지 않습니다)

 

독립영화관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단편전
KBS 독립영화관 2025년 11월 7일 방송

□ 방영작품 :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단편전 < 새벽의 빌리 >, < 마음수련으로 구원 받으세요 >, <사요나라, 사랑해, 사요나라>

□ 방송일시 : 11월 7일 금요일 밤 23:30~ (KBS-1TV)
□  방영작품 정보

<새벽의 빌리>

- 감독/각본/제작 : 송지호
- 출연 : 황정민, 이지명, 나다움, 서광재, 김상권, 이정권
- 촬영/조명 : 김수빈
- 의상 : 김슬기
- 녹음 : 이상준
- 음악 : 한민희
- 탭 안무 : 이정권
- 편집 : 이예랑, 김수빈
- 프로듀서 : 박민철
- 시간 : 19분
- 제작년도 : 2024

□ 줄거리
새벽 청소일을 하시는 어머니를 돕는 대인기피증의 현남. 아무도 출근하지 않은 극장 청소를 하던 어느 날, 현남 앞에 수상한 나타난 수상한 세사람.
어머니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는 그들은 누구인가.

□ 연출의도
이 영화는 작은 희망에 대한 이야기이다.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하지만, 모든 결과가 최선일 될 수 없다. 하지만 돌이킬 수는 없을지라도 새로운 희망을 포기하지 말자. 새벽이 지나면 또 다른 아침이 시작될 것이다.

□ 영화제 상영 및 수상내역
제14회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코리아 프라이드 한국단편경쟁 특별언급 (2024)
제21회 청주국제단편영화제 개막작 (2024)
제1회 서울한강국제영화제 장려상 (2024)
제18회 여성인권영화제 피움초이스 (2025)

<마음수련으로 구원 받으세요>

- 감독/각본 : 신채린
- 출연 : 심해인, 민혜원, 허단아, 정유나, 김강태, 박민혁
- 촬영 : 김해인
- 조명 : 신장운
- 미술 : 조현재
- 녹음 : 이철욱
- 음악 : 전호수
- 사운드 : 양정원(개화만발 스튜디오)
- 편집 : 신채린, 김보원
- 프로듀서 : 정혜원
- 시간 : 18분
- 제작년도 : 2024

□ 줄거리
전 여자친구 도윤이 사이비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게된 지민. 지민은 도윤을 구하기 위해 사이비에 빠진 척 한다.

□ 연출의도
기댈 곳을 찾기 위해 스스로를 부정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 영화제 상영 및 수상내역
제14회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코리아 프라이드 한국경쟁 (2024)
제42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 한국단편초청 (2024)

<사요나라, 사랑해, 사요나라>

- 감독/각본 : 홍선혜
- 출연 : 마키타 아쥬, 아오키 아이리
- 촬영 : 후루야 코이치
- 조명 : 카토 다이키
- 미술 : 모리타 코토이
- 녹음 : 키하라 코지
- 음악 : 리치 스티브
- 편집 : 시오카와 타카요시
- 제작 : 미케 카린
- 시간 : 27분
- 제작년도 : 2024

□ 줄거리
일본의 시골 동네에 살고 있는 여고생 커플 히토미와 나호. 한국에서 아이돌이 되고 싶은 나호를 히토미는 헌신적으로 도와주고 있다. 어느 날, 나호가 도쿄에서 진행된 오디션에 합격하고 한국으로 가게 되는 것이 정해진다. 나호의 꿈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히토미는, 갑자기 찾아온 이별을 받아들이기 어려워 빈 페트병을 모으기 시작한다.

□ 연출의도
제대로 이별도 해 보지 못하고 서로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어린 나와 여자 친구들을 떠올리며 만들었습니다.

□ 영화제 상영 및 수상내역
제14회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아시아프라이드 (2024)
제26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퀴어레인보우 (2024)
제15회 광주여성영화제 피어나는 (2024)
제33회 멜버른퀴어영화제 (2024)
제50회 서울독립영화제 페스티벌 초이스 (2024)
제20회 오사카아시안필름페스티벌 (2025, 일본)
제39회 BFI Flare: London LGBTQIA+ Film Festival (2025, 영국)
제13회 디아스포라영화제 폐막작/관객상 (2025)
제15회 카쉬시프라이드영화제 (2025, 인도)
제25회 한국퀴어영화제 해외단편 (2025)
제12회 춘천영화제 인디시네마 단편 (2025)
제21회 인천여성영화제 단편섹션 (2025)
제31회 GAZE International LGBTQIA Film Festival (2025, 아일랜드)
제26회 대구단편영화제 경쟁 (2025)
제5회 금천패션영화제 본선진출 (2025)

□ < 사요나라, 사랑해, 사요나라 > 제12회 춘천영화제 프로그램 노트
한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밝은 자리로 가려고 한다. 그곳은 너무 밝은 나머지,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다. 주머니 속 아무리 깊숙한 것이라도 다 보일 것만 같다. 가끔은 조명을 꺼주면 좋을 텐데, 그게 허락되는 세상은 아니다.

혹시 잘못된 것은 세상이 아닐까? 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인물들이 조금 속상하다. 동시에 그 소박한 마음에는 특별한 감동이 있어, 나도 모르게 넉넉한 응원을 보내고 만다. 그래. 이왕 ‘안녕’했으면, 이제 제대로 하는 것이 그 응답이겠지. (글: 장병기 영화감독 / 제26회 대구단편영화제 예심위원)

일본의 시골 동네에 살고 있는 여고생 커플 히토미와 나호. 한국에서 아이돌이 되고 싶은 나호를 히토미는 헌신적으로 도와주고 있다. 어느 날, 나호가 도쿄에서 진행된 오디션에 합격하고 한국으로 가게 되는 것이 정해진다. 꿈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둘은 갑자기 찾아온 이별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 < 사요나라, 사랑해, 사요나라 > 제12회 춘천영화제 프로그램 노트
일본 이바라키 지역에 살고 있는 여고생 커플 히토미와 나호. K팝 아이돌을 꿈꾸는 나호는 도쿄에서 열린 오디션에 합격하고, 히토미와 나호는 갑자기 이별해야 하는 상황이 당황스럽기만 하다. 십대 소녀들의 풋풋한 사랑과 준비되지 않은 이별을 마주할 때의 당혹감과 허무함. 영화는 그 감정을 일본 시골마을 특유의 색감과 자연광 촬영으로 생생하게 담았다. 동성애를 둘러싼 사회통념과 직접적인 충돌 없이 인물들의 감정에만 오롯이 집중하는 내밀함과 두 소녀가 감당해야 했던 이별의 원인이 권위적인 K팝 문화에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글: 함유선 프로그래머)

□ < 사요나라, 사랑해, 사요나라 > 제50회 서울독립영화제 프로그램 노트
고등학생 레즈비언 커플 나호와 히토미는 일본의 작은 지역 도시에 살고 있는 소녀들이다. 나호의 꿈은 케이팝 아이돌로 그녀는 매일매일 부단하게 자신의 실력을 향상하고자 노력한다. 히토미는 연인 나호의 꿈이 쉽게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라고 생각하지만 곁에서 나호를 열심히 돕는다. 어느 날, 나호가 드디어 한국 기획사의 케이팝 아이돌 오디션에 통과하게 되고 히토미는 꿈을 이룬 연인을 보며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10대 시절, 소중한 것들이 영원하기를 바라지만 그럴 수 없음을 조금씩 알아가는 그 순간들이 <사요나라, 사랑해, 사요나라> 안에 펼쳐진다. 작품을 연출한 홍선혜 감독은 한국에서 영화를 공부한 뒤 일본 대학에 편입한 후 일본에서 시나리오 작가 겸 감독으로 활동 중인데, 그의 이력이 영화에 독특한 색채감을 부여한다. 케이팝이라는 시대의 상징이 이 산업의 주요한 소비 계층이기도 한 일본 10대 소녀들의 사랑 이야기와 충돌하는 지점이 흥미롭게 다가오는 <사요나라, 사랑해, 사요나라>는 지금을 살고 있는 10대들의 사랑과 이별, 성장과 성장통 사이에 놓인 생생한 감정들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특히 영화의 후반부 히토미의 다소 엉뚱한 도전과 실패가 주는 에너지가 기억에 남는다. (진명현 / 서울독립영화제2024 예심위원)

 

독립영화관 메이앤준 언박싱
KBS 독립영화관 2025년 10월 31일 방송

□ 방영작품 :  메이 앤 준
- 감독/각본/촬영/조명/편집/사운드 : 박천현
- 출연 : 신진영, 설찬미, 카노
- 미술 : 황윤조
- 제작 : 박천현, 황윤조
- 프로듀서 : 황윤조
- 시간 : 35분
- 제작년도 : 2023

□ 줄거리
승길과 윤진은 결혼을 앞둔 무명 배우다. 둘은 마지막으로 일본에서 단편영화를 찍고 배우의 꿈을 접기로 한다.

□ 연출의도
삶은 영화가 되고, 영화는 다시 삶이 된다.

□ 영화제 상영 및 수상내역
제24회 전북독립영화제 배우상 (2024)
제25회 대구단편영화제 국내경쟁 대상 (2024)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특별상영: 지역 독립영화 쇼케이스 (2024)
제50회 서울독립영화제 단편경쟁_본선 (2024)
제11회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 단편경쟁 (2024)
제16회 후쿠오카독립영화제 (2024)
제14회 마에바시미디어페스티벌 (2024)
제2회 한국단편영화상 (2024)
제7회 부산인터시티영화제 (2023)
제25회 부산독립영화제 스펙트럼 부산 나우 1 (2023)

□ <메이 앤 준> 제24회 전북독립영화제 프로그램 노트
카메라와 연기자, 허구와 실제 사이의 관계와 상호작용을 건드리는 영화는 언제나 흥미로움 상황을 만든다. <메이 앤 준>은 무명배우인 승길과 유진의 이야기를 한국에서 진행되는 짧은 오프닝과 일본에서 대부분 진행되는 본편으로 구성한다. 재밌는 것은 짧은 오프닝에서 제시된 두 인물의 설정이 일본에서 다큐멘터리 촬영 감독&스탭의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안에서 확장되는 동시에 모호한 상태를 만들며 질문을 던지게 한다는 것이다. 카메라 앞의 수행자와 뒤의 촬영자 역할을 모두 배우가 수행할 때 발생하는 허구와 사실 간의 중첩 내지 전환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실제 다큐멘터리 작업을 함과 동시에 그 역할을 수행하는 배우로도 규정할 수 있는 승길과 유진의 관계는 배우로서의 역할임을 동시에 인지하게 되면서 관객들은 이들의 역할극을 다양한 범위로 유추해 볼 여지가 생긴다. 봄과 여름 사이 애매한 경계처럼 여겨지는 5,6월의 기후를 닮은 이 작품의 매력적인 형식 덕분에 관객들은 어쩌면 본편보다 더 긴 시간 동안 후일담을 나누게 될지도 모른다. (글: 김선중)

□ < 메이 앤 준 > 제50회 서울독립영화제 프로그램 노트
(아마도) 오랫동안 배우를 꿈꿔 왔던 연인이 있다. 서로의 오디션 영상을 찍어 주고, 이번에는 꼭 잘되길 기도하는 일상을 공유하는 연인. 그리고 마침내 두 사람은 결혼을 위해 꿈을 접으려고 한다. “돈 벌어야지.” 꿈을 접기 전 마지막으로 두 사람은 예술가들의 창작을 지원해 주는 일본의 한 레지던시를 방문해 예술가들과 시민들을 인터뷰하는 ‘연기’를 하게 된다. 스튜디오에 머무는 예술가들은 언뜻 ‘돈을 버는 행위와는 무관해 보이는’ 예술 활동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닌 자연, 사람, 언어와 연결되기 위해 창작한다. 그리고 그들의 활동은 스튜디오 주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 언뜻 예술가들의 유토피아처럼 보이는 공간에서 두 사람, 혹은 두 배우는 다큐멘터리적인 시간을 경험한다. 두 사람이 ‘연기’하는 인물이 각각 다큐멘터리 감독과 프로듀서이기 때문이다. 카메라 앞이 아닌 뒤에 서서 실제(實際) 인물들을 찍고 질문하는 그 시간은 오직 듣고, 관찰하는 것으로만 이루어진다. 듣고, 관찰하는 ‘행위’는 ‘연기’라는 차원을 넘어서 실재(實在)가 된다. 그리고 두 사람은 서로의 존재를 바라보며 박수 친다. (글: 김보람 / 서울독립영화제2024 예심위원)

□ < 메이 앤 준 > 제25회 대구단편영화제 프로그램 노트
배우인 윤진과 승길은 일본에서 촬영하는 영화에 지원하기 위해 연기 영상을 찍는다. 이어지는 장면에서 그들은 일본에 영화를 찍으러 간 연출자와 PD로 등장한다. 또한 이들이 촬영한 영상까지, 세 가지의 시점이 영화 속에 배치된다. 어디까지가 극인지 현실인지 그 경계가 모호한 이 영화는 혼란을 주기보다 낯설고 새로운 감각을 전달한다. 창작의 과정을 찍고 현지인과 내밀한 이야기를 나누고 평화로운 시골의 정취를 보내면서 두 사람의 마음엔 작은 변화가 일어난다. 이 소중한 과정을 거치며 서로에게 전하는 말이 연인의 것인지, 역할인 것인지 영화는 쉬이 드러내지 않지만 여러 겹들을 통과하며 이들이 보낸 계절은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글: 배종대 / 제25회 대구단편영화제 예심위원)

□ 방영작품 : 언박싱
- 감독/각본/편집 : 박래경
- 출연 : 이한중, 서하림, 서정식, 남가현
- 촬영 : 조우휘
- 조명 : 조우휘, 임정훈
- 녹음 : 박의정, 이태규
- 음악 : 최한규
- 프로듀서 : 양진호
- 시간 : 34분
- 장르키워드 : 드라마
- 제작년도 : 2024

□ 줄거리
상규와 다빈은 단짝처럼 지내온 동네 친구 사이다. 상규는 어려운 집안 형편에 보탬이 되기 위해, 다빈은 홀로서기에 필요한 자금을 모으기 위해 어느 박스공장에서 함께 일한다.  다빈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상경할 꿈을 품고 있다. 상규는 그런 다빈의 바람을 머리론 이해하면서도 가슴으론 받아들이지 못한다.  마침내 다빈의 서울 일자리가 정해지고, 어느덧 퇴사일이 다가온다. 하지만 상규는 아직 다빈을 떠나보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떠나는 사람과 보내는 사람. 그들이 함께 보낸 어느 하루.

□ 연출의도
누구나 한 번쯤 다른 누군가에게 친밀감을, 나아가 사랑하는 감정을 느낀 경험이 있다. 그러나 서로의 때와 사정이 맞지 않으면 관계는 자연스레 멀어지곤 한다. 그렇게 잊혀 갈 줄만 알았던 과거의 따듯한 날들이, 문득 기억을 거슬러 오르는 순간이 있다. 그때의 감정을 담아내고 싶었다.

□ 영화제 상영 및 수상내역
제24회 전북독립영화제 야무진상(우수상) (2024)
제7회 제주혼듸독립영화제 혼듸피플상(관객상) (2024)
제6회 대전철도영화제 경쟁부문 (2024)
제19회 파리한국영화제 숏컷 (2024)
제50회 서울독립영화제 단편경쟁_본선 (2024)

□ < 언박싱 > 제24회 전북독립영화제 프로그램 노트
첫 장면부터 눈길을 끄는 <언박싱>은 고운결로 그린 풍경화 같은 영화다. 그 안에 펼쳐지는 풍경이란 종이상자를 만드는 작은 공장과 한겨울 시골의 아늑한 모습, 한적한 마을에 사는 동네 친구 상규와 다빈이 품고 있는 그윽한 감정의 풍경이다. 오랜 친구이자 한 공장에서 일하는 상규와 다빈은 헤어질 날을 하루 남기고선 내밀한 마음을 다 말하지 못한 채로 온종일 같이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실은, 오랜 시간 함께 작업해 온 그들의 조화로운 노동, 짧은 말과 단순한 행동만으로도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는 두 친구의 모습에서 언어로 뱉지 않아도 공유하고 있는 마음이 투명하게 내비친다. 우정과 애정이 한 몸이 되어 끈끈한 유대를 이룬 두 친구의 감정은 적요한 풍경 속에서 은은하게 번져 나오고, 영화는이들의 애달프고 곱디고운 마음을 잊기 어려운 풍경으로 만들어 간다. 미용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서울로 향하는 다빈과, 자신에게 의지하는 가족을 결코 떠날 수 없는 상규는 끝내 서로를 붙잡지 못하지만, 그들의 감정은 언제든 열어젖힐 수 있는 마음의 상자에 간직된다. 인물들을 감싼 겨울 공기가 손끝으로 전해지고, 고심 끝에 고른 대사 한 마디 한 마디, 세밀하게 구성한 장면 하나하나 가슴 깊이 새겨진다. (글: 홍은미 영화평론가)

□ < 언박싱 > 제50회 서울독립영화제 프로그램 노트
영화를 보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이야기? 연출자의 의도? 영화적 만듦새? 정해진 답은 없다. 우리는 매번 다른 기준으로 영화를 보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맛이 있다. 이한중 배우와 서하림 배우의 좋은 호흡과 맑은 에너지는 관객을 자연스럽게 영화에 몰입하게 만든다. 이 영화는 서사적으로 큰 갈등이나 영화적 기교 없이 오롯이 배우들의 힘으로 극을 이끌어 간다.

두 주연 배우뿐만 아니라 두 조연 배우 역시 훌륭하게 자신의 역할을 완수한다. 담담하게 흘러가는 영화에서 귀여운 긴장감을 불어넣는 건달 농부 역할을 맡은 서정식 배우와, 상규와 다빈의 마지막 순간을 찍어 주는 유정 누나 역할을 맡은 남가현 배우 모두 과하거나 모자라지 않게 상규와 다빈의 세계에 녹아들어 있다.

영화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배우들의 연기를 보면 이 영화의 연출이 얼마나 세심하게 영화 속 인물들을 다듬었는지 느껴진다. 그리고 배우들이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도록 잘 짜인 콘티에서 연출자의 숨은 노력이 느껴진다. 좋은 연기를 펼치는 배우들과 그 연기를 이끌어 낸 연출이 함께 만든 영화, 편안한 마음으로 감상하다 보면 엔딩에서 소박하면서도 아련하고 풋풋한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글: 정혁기 / 서울독립영화제2024 예심위원)

Posted by 아리아리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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